지난달 13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GM(제너럴모터스) 공장 인근에 GM이 생산한 전기상용차 ‘브라이트드롭’ 수백 대가 주차돼 있다. GM은 지난 11일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이 차량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GM(제너럴모터스) 공장 인근에 GM이 생산한 전기상용차 ‘브라이트드롭’ 수백 대가 주차돼 있다. GM은 지난 11일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이 차량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 폭탄의 역풍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국 자동차 산업 부흥을 목표로 시작한 ‘관세 전쟁’이 미국 자동차 기업과 시장을 먼저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GM 등 미국 ‘빅3’ 업체들은 미 행정부가 지난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부과한 25% 관세의 직격탄을 맞아 해외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인력을 줄이고 있다. 영국 재규어랜드로버와 독일 아우디에 이어 일본 미쓰비시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대미(對美)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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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GM은 지난 11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에서 전기 트럭 ‘브라이트드롭’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 약 5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자동차 관세 부과에 따라 해외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캐나다 최대 노조 ‘유니포’의 라나 페인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GM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향후 (캐나다에 대한) 투자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GM은 지난 3일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등 대형 픽업을 주로 만들던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경량 트럭을 추가로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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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빅3부터 줄줄이 감원 불러와

미국 자동차 빅3 기업들은 최근 인력 감축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3일 캐나다 윈저 공장을 2주일간, 멕시코 톨루카 공장을 이달 말까지 멈춰 세운다고 밝혔다. 이 공장들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미국 내 공장 5곳에서 근로자 900명이 해고됐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4일 멕시코 톨루카 주에 있는 스텔란티스 조립 공장 노동자들이 회사가 생산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듣고 퇴근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가 캐나다와 멕시코 등 해외 조립과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5월 3일 이전에 부과한다고 예고한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가 해외와 연결된 공급망에 의존하는 미국 업체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주로 캐나다산에 의존하는 알루미늄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대체재가 부족한 부품 위주로 타격이 클 거란 전망이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GM은 내달 자동차 부품 관세가 시행될 경우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5%는 완성차, 8%는 부품으로 인한 감소다. 포드 역시 올해 매출이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5%가 부품 영향이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다니엘 로에스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포드와 GM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지만, 그들의 공급망은 멕시코와 중국을 경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우디, 재규어 이어 미쓰비시도 대미 수출 중단

대미 수출을 중단하는 자동차 업체도 속속 늘고 있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가 완성차의 미국 출하를 정지했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는 미국 내 공장이 없어 일본 등에서 만든 완성차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여기에 25% 관세가 매겨진 영향이다. 미쓰비시 관계자는 “관세, 그리고 다음 정책 결정의 세부 내용을 알 때까지 미국 항만에서 (수입한) 차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으로 수출을 멈추면서, 미국 내 재고 물량 판매에 들어갔다. 아우디는 관세가 부과된 지난 3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온 물량을 항구에서 보관하고, 딜러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4월 말까지 대미 수출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 회사는 글로벌 판매량 중 미국 비율이 25% 안팎이지만, 미국 공장이 없어 영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출해 왔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자동차 수입이 줄고 미국 빅3 업체가 공장을 멈춰 세우면서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상승 같은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관세가 기업들이 새로운 공장을 열거나 폐쇄된 공장을 바로 재개하도록 유도하기는 어려운 반면,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상승과 직원 해고 같은 경제적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