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네이버에 입사한 개발자 강모씨는 지난 11일부터 열흘간 회사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입사 동기들과 네이버 사옥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스키장에서 스키 점프로 팀 대결을 했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강씨는 오리엔테이션 기간 내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함께 입사한 190명도 마찬가지였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스키점프를 한 사람은 현실세계의 강씨가 아니었다. 강씨가 네이버의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에 자신을 본 떠 만든 아바타였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직원이 원격 근무중이고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게 되자 네이버가 제페토에 사옥, 스키점프장 등을 꾸미고 이곳에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심화 교육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100% 언택트(비대면)로 진행됐다”고 했다.

네이버는 최근 입사시험과 신입사원 교육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네이버 신입사원들은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만든 뒤 사이버 사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위 사진), 팀 대항 가상 스키점프 대회에 참가했다. /네이버

네이버는 올해 신입 개발자 선발시험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코딩시험부터 1차 면접과 인성검사, 2차 면접 등 전 과정이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현재 집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강씨는 “사원증 촬영을 위해 사옥을 딱 한 번 방문해봤다”며 “동기나 회사 선배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입사시험이나 신입사원 교육을 비대면으로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직원 채용 및 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 사옥투어 , 랜선 환영식

카카오도 작년 신입 개발자 채용 및 교육을 원격으로 실시했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개발자를 뽑을 때 1차 코딩시험은 온라인으로, 2차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1·2차 모두 온라인으로 시행했다. 지난 11월 25일 신입 사원을 위한 회사 탐방은 라이브 방송으로 이뤄졌다. 1년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회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회사 밖에서 방송을 보고 있는 후배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었다.

카카오 직원들이 작년 11월 공채 신입 개발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오피스 투어'를 하고 있다. /카카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도 이달 초 신입 공채 입문 교육을 2주간 전면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이를 위해 신입사원에게 노트북과 헤드셋을 미리 지급했다. 도시락 및 다과 세트를 신입사원 집에 보낸 뒤 화면을 보며 식사를 하는 ‘랜선(비대면) 회식’을 하기도 했다. 엔씨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이 디지털 환경과 기기에 익숙한 세대라서 그런지 온라인 교육에 빨리 적응했다”면서 “전에 오프라인 교육을 할 때보다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지역기반 중고거래 플랫폼기업 당근마켓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 지난달 중순부터 신규 직원 채용 및 교육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초 신입 공채 입문 교육을 전면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강의를 하고(위 사진), 도시락 및 다과를 자택으로 배송해 '랜선 회식'을 하기도 했다(아래 사진). /엔씨소프트

IT기업뿐만 아니라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신한은행, 국민은행, NH투자증권 등도 개발자를 선발할 때 원격 실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일반 사무직을 뽑을 때 온라인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기업도 증가 추세다. 삼성전자, 이마트, 하나은행, 농협, 한국전력공사 등은 최근 일반 공채 시험을 비대면으로 치렀다. 온라인 시험은 코로나 감염 우려를 해소한다는 점 외에 수백~수천 명의 응시자가 동시에 시험을 봐도 예전처럼 학교 등 장소를 빌릴 필요가 없고, 시험 감독관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 기업에 온라인 시험 및 감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트업 그렙(grepp)의 임성수 공동대표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원격 온라인 공채시험을 채택하는 회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애사심 떨어질 것” “시험에 더 집중”

신입사원 채용이나 오리엔테이션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신입 개발자 교육을 온라인으로 실시한 한 IT기업의 임원은 “입사 초기에 동기, 선배들과 함께 모여 식사도 하면서 친해져야 하는데 그런 시간이 없어져서 동료애가 부족해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데, 이들이 입사 초기부터 따로 떨어져 일하는데 익숙해지면 다른 직원과 협업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신입 사원이 선발시험과 오리엔테이션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한 뒤 재택 근무에 들어갔다”며 “이러다가 회사 관두면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보고 헤어지는 거 아니냐”고 했다. 기업에서도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3~7년차 선배들과 신입사원을 일대일로 엮어주는 멘토·멘티 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사 초기에 팀 과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올해 네이버에 개발자로 입사한 이모씨는 “비대면 시험은 실제 시험장에 오기 어려운 응시자를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컴퓨터 기기나 인터넷 환경 등 대면 시험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다”고 했다. 이씨 입사 동기 강모씨는 “전에 다른 회사에 지원했을 때는 모두 대면 면접을 봤었는데, 마스크 때문에 답답하고 의사 소통도 힘들었다”며 “온라인 면접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질문에 더 집중하고 답변을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