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뉴욕증권거래소 부근의 전광판. '저금리 잔치'가 끝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JP모건 등 은행주가 많이 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가 삶의 방식을 바꿔놓은 지난 1년 동안 원격·재택 근무나 음식 배달 같은 언택트 산업이 ‘코로나 시대’의 주식으로 각광받았다. 주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뉴테크 기업으로 코로나 경제 충격 방어를 위해 시장에 풀린 돈까지 이 주식들로 흘러들면서 테크주(기술주) 랠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가 갑자기 반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며 ‘저금리 잔치’가 끝날 조짐이 보이자 증시가 ‘코로나 이후’를 향해 방향 전환을 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증시의 출렁임은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을 향해 방향을 바꾸고 있는 투자자의 ‘입맛 변화’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기술주가 많은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 한 주 3%가 하락했다. 뉴테크 주식을 많이 담은 ‘아크인베스트’의 ETF(상장지수펀드) ARKK 가격은 지난 한 주 11%가 내려갔다.

◇‘코로나 이후’로 향하는 증시

“우리는 지금 고약하고 난폭한 증시의 로테이션(rotation·회전)을 목격 중이다.” 투자 회사 FBB캐피털 마이크 베일리 리서치팀장이 WSJ에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 증시는 연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2월 들어 많이 올라(채권 가격 하락)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자 초저금리가 띄운 증시가 꺼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시장에 번진 영향이 컸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교적 많이 오른 주식일수록 많이 하락했다.

코로나 이후 지난 연말까지 약 8배 수준으로 오른 전기차 회사 테슬라, 미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많이 상승한(상장 후 한 달 10% 상승)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 애플 등의 주가가 지난 한 달간 많이 내렸다. 특히 테슬라는 20%나 하락했다.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최근 1억7000만달러어치를 샀다고 공개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이후 증시 상승은 테크주가 주도했기 때문에 이들이 무너지면 증시 전반에 충격이 올 수 있다. 23일(현지 시각) 미 증시 개장 직후엔 테슬라 주가가 13%, 애플이 6% 내려가는 등 테크주 주가가 일시적으로 폭락해 시장에 공포감이 부풀기도 했다.

시장이 요동치자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소방수’로 나섰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경제 현황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 고용·물가 상황을 보며 당분간 현재의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코로나 이후 쭉 그래 왔듯이, 연준의 ‘돈 풀기’를 이어가겠다는 발언이 나오자 이날 시장은 다소 반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일상 회복 관련주’가 뜬다

많은 전문가는 최근 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를 ‘거대한 순환’으로 해석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에 쏠려 있던 무게중심이 ‘코로나 이후’, 즉 ‘일상으로의 회복’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혼란이라는 것이다. 스위스 금융 회사 UB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 등 금융 시장의 변화가 2분기쯤 글로벌 시장에 국면 전환을 불러올 것”이라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푼 돈의 힘보다는 실제 실적의 중요성이 더 두드러지는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코로나 시대에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 중엔 도어대시처럼 순이익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회사도 적지 않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이 비용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증시가 '코로나 이후'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주도 '일상 회복'과 관련한 주식 중 하나인데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 /Getty Images AFP 연합뉴스

반면 코로나 시대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의 주가는 반등할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이 조만간 일상을 되돌려주리라는 기대감에 매리엇·힐턴 같은 호텔주,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주, 디즈니 같은 여가 주식 등은 이미 오르고 있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수익성이 좋아지는 금융주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나스닥에 상장된 금융 관련주를 모아 놓은 ‘뱅크 인덱스’는 지난 한 달 18%가 상승했다.

‘서학 개미’(미국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도 ‘입맛’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지난해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테슬라였는데, 2월 들어 순위가 3위로 밀려났다. 1위는 게임 프로그램 ‘유니티 소프트웨어’였다. 지난 1월 9억달러였던 테슬라 순매수액은 이번 달 2억달러로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