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해마다 수조 원씩 적자를 내고 있고, 국민연금은 당장 9년 뒤부터 거둬들이는 돈보다 연금으로 지급하는 돈이 많아지지만 정부는 연금 개혁에 손을 놓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적립금이 고갈되면서 2001년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보전금으로 버티고 있다.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공약하고 작년 6월까지 9만명을 늘린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연금 적립금을 늘릴 수 있겠지만, 엄청난 연금 지급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상태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 ‘더 내고 덜 받는’ 개편이 이뤄진 이후 개혁 논의가 끊어진 상태다.

군인연금은 연금 납입액보다 연금 수령액이 많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인 데다 출범 10년 만인 지난 1973년 적립금이 고갈돼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납입액을 늘리는 개혁을 한 것이 마지막이다.

1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9년 뒤인 2030년에는 거둬들이는 돈보다 연금으로 지급하는 돈이 많아진다. 다시 9년 뒤인 2039년부터는 적자가 시작된다. 2055년엔 적립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부양하는 수급자 수는 2019년엔 19.4명이었지만,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2048년에는 100명이 된다.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진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덜 받는 개혁' 이후 국민연금 개혁은 한 발짝도 못 나갔다. 2013년 보험료를 14% 올리는 안이 있었지만 여론 악화로 백지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아예 연금액을 더 주겠다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려면 돈을 더 걷어야 한다. 2018년 정부는 무려 5가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연금 개혁은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연금 개혁에 제대로 손을 댈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