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가 12일 강원도 고성의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주류 자판기를 한 손님이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 성인 인증을 통해 휴대폰에 다운받은 QR코드나 바코드를 자판기에 스캔해서 성인인증을 받는 방식이다. 원하는 상품을 고른 다음 카드 결제를 하면 된다. /BGF

성인 인증 때문에 무인 점포에서도 팔기 어려웠던 주류의 무인 판매가 시작됐다. 편의점 CU는 지난 1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류 무인 자동판매기를 강원도 고성의 한 리조트에 들여놨다. 이동통신 3사가 운영 중인 모바일 인증(PASS)을 통해 휴대폰에 다운받은 QR코드나 바코드를 자판기에 스캔해서 성인인증을 받는다. 소주, 맥주, 전통주, 와인 등 상품 총 45종 중 하나를 선택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자판기에서 상품이 나온다. CU는 앞으로 주류 자판기를 주간엔 유인(有人), 야간엔 무인(無人)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에 도입할 계획이다.

무인화가 일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시작된 무인화 바람은 PC방, 독서실, 빨래방, 카페뿐만 아니라 가전, 자동차, 통신 업계까지 번졌다. 무인화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13일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유통 업계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확산과 최저 임금 상승으로 무인 점포와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마트 무인 계산대 운영 현황

◇인건비 상승 대비해 무인화 서둘렀다

편의점은 그동안 점포 무인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낮 시간에는 점원을 두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야간 무인) 점포 위주로 늘렸다. GS25와 CU는 하이브리드(야간 무인) 점포 등 무인 점포를 각각 430개, 28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무인 점포는 5월 기준으로 120개에 달하고, 이마트24도 현재 하이브리드 점포 15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무인 소매점 중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다. 2017년 880개에 불과했는데 최근 4000개까지 생겨났다. 냉동 제품이라 재고 관리가 쉽다는 장점 때문에 무인화가 빨리 이뤄졌다. 주택가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세 군데를 운영하는 윤모(50)씨는 “어린아이나 취객 때문에 아이스크림 도난이 종종 일어나긴 하지만 그 손해는 인건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대형마트는 무인 계산대를 늘려가고 있다. 이마트는 점포 115곳에서 무인계산대 730대, 롯데마트는 58곳에서 592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무인 계산대를 처음 설치한 2017년에는 20~30대가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40~50대 주부도 많이 쓴다”며 “서초점과 광교점의 경우 이용객의 70%가량이 무인 계산대를 사용하는 등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식당 주문·결제도 앱으로

외식 업계와 가전·자동차 등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업계에도 확산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2014년 시작한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 ‘사이렌오더’는 최근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누적 주문 2억건을 돌파했다. 식당에 들어가 점원을 통하지 않고 앱으로 주문·결제를 하는 앱 ‘얍오더'도 최근 서울 시내 카페·음식점·스크린골프장 등 점포 100곳에서 이용 가능하고, 네이버도 이와 비슷한 네이버 주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5월부터 전국 매장 9곳에서 직원들이 퇴근한 뒤 무인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거쳐 매장에 들어가 자유롭게 제품을 구경하고 제품 정보를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무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이 고객을 응대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열었다.

무인 계산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무인 주문용 키오스크를 내놨다. 올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삼성 키오스크'는 판매 데이터에 기반해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등을 함께 해주기 때문에 사람이 없어도 매장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다. LG전자도 올해 말 국내에 먼저 제품을 출시한 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