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까지 당국에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온투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P2P(개인 간 금융) 업체는 신규 영업을 할 수 없다. 자기자본(5억원 이상) 등 P2P 업체 자격 요건을 강화한 온투법이 1년간의 유예 끝에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P2P 금융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등록 기한이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업계 전체(94곳)에서 고작 7곳만 심사 문턱을 넘었다. 34곳은 아직 금감원 심사를 받고 있다. 누적 대출액 상위 10사 중엔 2곳(피플펀드, 8퍼센트)만 등록을 마쳤다. 나머지 53곳은 아직까지 등록 신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 시행 전 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무더기 폐업 사태로 1조5000억원의 대출금이 남은 P2P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2P 업체 공시사이트인 미드레이트 관계자는 “현재 투자자는 약 80만명으로 추산한다”며 “등록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 대출 잔액은 1조25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 중인 P2P 업체

당국의 심사가 더딘 데엔 이유가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당국은 중대한 결격 사유만 없다면 가급적 등록을 승인해주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기준에 못 미치는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 미비점을 보완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P2P 대출 업계 현황

특히 금융 거래의 핵심인 ‘보안’ 파트가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감원 직원들은 서울 강남의 한 P2P 업체로 현장 실사를 나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회원 간 계약 내역이 보안이 전혀 안 된 채 일반 한글 문서 형식으로 저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유출 방지를 위한 문서 암호화(DRM)는커녕 보안 USB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며칠 뒤 방문한 여의도의 B업체는 통신실에 지문인식기나 비밀번호 도어락 장치가 없어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C업체는 업무망에서 모든 외부 사이트 접속이 가능한데도 방화벽은 없어 해킹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문제점을 지적해도 ‘그걸 왜 해야 하느냐’며 필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운영자가 많아 일일이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름 진입장벽 통과를 자신하며 등록 신청서를 낸 P2P 업체가 이런 지경인데, 그럴 엄두도 못 낸 영세업체들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겠느냐”며 “금융 당국이 유예기간을 1년이나 줌으로써 실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온투업 시행이 유예된 지난 1년간 업체 수는 237개에서 94개로 대폭 줄어든 반면, 누적 대출액은 3조원가량 늘고 연평균 연체율(23%)도 전년 대비 8%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미등록 업체 줄폐업할듯

26일까지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간판을 내려야 하는 건 아니다. 신규 영업이 중단될 뿐 기존 투자 계약에 대한 채권 회수 등의 업무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미등록 업체들의 줄폐업을 예상하고 있다. 최수석 헬로펀딩 부대표는 “일반 대부업자로 전환 등록해도 되지만, 여신만 해야 되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폐업 가능성을 높게 봤다.

투자자 피해가 속출할 것에 대비해 금감원도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은 폐업 조짐을 보이는 업체를 대상으로 로펌 등 외부기관에 청산업무(채권추심, 상환금 배분)를 위탁해놓도록 사전 지도하고 있다. 1호 등록 P2P 업체인 8퍼센트는 미등록 업체가 보유한 채권을 인수해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업체들 사이에선 “말만 ‘등록제’일 뿐 당국이 ‘허가’ 수준으로 너무 까다롭게 심사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임명수 한국P2P투자협회 회장은 “평균 10명 정도의 직원을 두고 있는 P2P 업체로선 금융권 근무 경력이 있는 준법감시인 채용 등 등록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