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수억원대의 법인차량을 운행하며 세금 혜택을 보는 것과 관련해 비용처리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 자료를 통해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하면서 사실상 탈세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용처리 상한선을 두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캐나다의 경우 차량에 대한 감가상각비 계산시 한국 돈 2700만원 정도만 손금산입을 인정하고, 호주의 경우도 약 5000만원 정도만 비용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는 배기량이나 차량 가액으로 손금산입 한도를 제한할 경우 통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은 법인차량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통상 갈등요인을 우회할 수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설명했다.

◇44억원 수퍼카에도 법인차량 혜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법인차량으로 등록된 5억원 이상 승용차는 98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고가 차량은 지난해 6월 등록된 부가티 시론(최초 취득가액 44억6000만원)이었다. CJ제일제당이 벤츠 마이바흐 62S(13억7000만원)를 소유하고 있는 등 CJ그룹은 CJ, CJ대한통운, CJ E&M 법인이 모두 5억원 이상인 ‘벤츠 마이바흐’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이 외에도 종교·장학·농업 관련 법인 등이 롤스로이스 팬텀이나 마이바흐 차량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된 부가티 시론/연합뉴스

2018년∼2020년 국내 수입차량 신규등록 현황에 따르면, 78만344대의 수입차가 신규 등록됐고 이 중 28만4715대(36%)를 법인이 구매했다. 이 중 람보르기니는 3년 간 등록된 487대 중 439대(90%)를 법인이 샀다. 3년 동안 등록된 마세라티 3852대 중 3073대(80%)를 법인이 사들이는 등 벤틀리(77%), 포르쉐(63%) 등은 개인 구매보다 법인 구매가 많았다.

◇정부 “부동산임대업자 등은 감가상각비 절반만 인정”

고가의 차량을 사거나 리스한 뒤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관련 비용을 비용처리해 사실상 법인세를 탈루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은 그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이 때문에 내년부터 부동산임대·이자·배당소득이 매출액 대비 50% 이상인 경우 연간 법인차량 감가상각비를 400만원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기존엔 부동산임대사업자와 부동산임대·이자·배당소득이 매출액 대비 70% 이상인 경우만 차량 감가상각비가 다른 법인차량의 절반인 400만원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해 돈을 버는 경우가 아니면, 법인 차량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