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공사에 참여한 협력 업체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18일 오전 일제히 작업을 중단했다. 두 발전소는 2017년 원전 건설 공론화와 주 52시간제 도입 여파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준공 시점이 약 3년간 미뤄진 상태다. 협력 업체들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며 공사를 거부한 상황이라, 이번 작업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준공이 더 미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현장./한국수력원자력

18일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와 원전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협력 업체 38곳 중 20곳이 작업을 중단했다. 이 현장에는 평소 총 3000명 안팎의 인력이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측은 “현장 근로자 중 40%인 1200명 정도만 이날 출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체들은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야간·휴일 작업을 못 하게 되면서 공사 기간이 약 15개월 늘어나는 바람에 수당, 퇴직금 등 인건비가 급등했다고 전했다. 업체마다 누적 적자만 40억~50억원에 달하고 파산한 곳도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근무 시간이 줄긴 했지만 숙련된 인력을 계속 고용하려면 임금을 깎을 수가 없어 결과적으로 인건비가 늘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2018년부터 한수원과 기획재정부 등에 공문을 보내는 등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수원에선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쌍용자동차나 조선업 살릴 땐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원전업계는 왜 지원을 못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숙련공들은 임금을 깎으면 다른 현장으로 떠나 줄일 수도 없다”며 “이러다간 모두 죽는단 심정으로 작업을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새울원전본부 관계자는 “협력 업체가 원전을 시공하는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화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사무실 임차료 지원 등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있고 이번 문제도 원만히 해결되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체 근로자의 40%가량이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공사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신고리 5·6호기는 2016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를 받아 건설에 들어갔다. 당초 준공 예정일이 5호기는 지난 3월, 6호기는 내년 3월이었다. 그러나 건설 허가에 7개월이 지연됐고, 2017년엔 원전 공론화를 한다며 5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2018년에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돼 15개월간 공사가 지연되는 등 5호기는 2024년 3월, 6호기는 2025년 3월로 준공 시점이 3년씩 미뤄졌다. 지난 10월 말 기준 공정률은 72.1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