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9)씨는 “지칠 때마다 5년 간 다녔던 전 직장, 중소기업을 떠올린다”며 “‘공무원시험 불합격하면 다시 힘들고 월급 적은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다.

공시족(族) 증가와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으로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춰진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취업 의지는 있지만,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와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일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단념자는 62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4년 이후 최대였다. 2019년 53만3000명, 2020년 60만500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도 지난해 239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래 최고치였다.

구직 단념자는 만 15세가 넘은 사람 중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지만, 최근 4주간 일시적으로 구직을 포기해 실업자 집계에서 제외된 이들이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 준비나 가사·육아 등을 하지 않고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쉰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구직 단념자와 ‘쉬었음’ 인구가 늘수록 실업률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업률만 유독 낮아진 것에는 구직 단념자가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103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1000명 감소했다. 실업률(3.7%)도 0.3%포인트 하락해 지표가 개선됐다. 하지만 장기 실업자가 늘면서 구직을 포기하거나 그냥 쉰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12만8000명이었다. 코로나 확산 첫해인 2020년보다 1만명(8.1%)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20~30대가 6만500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 중 20대가 3만7000명, 30대가 2만8000명이었다. 1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초장기 실업자’도 3년 만에 증가했다. 초장기 실업자는 2018~2020년 감소세였는데, 지난해 다시 1만3000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