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정책 밑그림을 그릴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이 완료되자 관가에서는 “부처별로 찬밥과 더운밥 신세가 가려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인수위에 많은 인원을 파견한 부처는 차기 정부에서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돼 희색인 반면, 파견자가 적은 부처는 울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경제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기획조정분과와 경제1분과,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에 8명을 보내 모든 부처를 통틀어 가장 많은 파견자를 배출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때(4명)와 비교하면 두 배입니다. 기재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바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현안마다 청와대와 여당에 번번이 ‘패싱(건너뛰기)’당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옛 위상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추경호 기획조정분과 간사(국민의힘 의원),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농협대 총장)는 모두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입니다. 기재부 내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경제정책국장(김병환)도 파견자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를 마지막으로 파견자를 배출하지 못한 금융감독원도 14년 만에 인수위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가계 부채 전문가인 은행감독국 김형원 총괄팀장이 경제1분과에 배정됐습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요직 라인인 권대영 금융정책국장(경제1분과)과 이동훈 전 금융정책과장(기획조정분과)을 파견했습니다.

반면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분위기는 침울합니다. 각각 2명을 파견했던 이명박·박근혜 인수위와 달리 이번엔 실무위원으로 초임 과장 1명만 가게 됐기 때문입니다. 국장급 전문위원 자리는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에게 빼앗겼습니다. 공정위 안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조직이 쪼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돕니다. 윤 당선인 친정인 검찰과 공정위의 불편했던 과거도 새삼 조명됩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당선인이 지검장이었던 2018년 공정위 퇴직 간부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해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구속시킨 적이 있었죠.

인수위 파견을 둘러싼 부처 간 명암의 교차는 어느 정부 때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발이 좋다고 해서 정권 5년간 부처의 위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차기 정부는 코로나와 고물가 극복, 급변하는 대외 환경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있다”며 “정부 부처들이 찬밥, 더운밥 가리며 밥그릇 싸움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