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공정위원장, 한-미, 한-유럽연합(EU) 경쟁당국 양자협의회 개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배포를 다급하게 취소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2.2.22/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미국에서 개최된 ‘경쟁당국 수장간 국제회의’에 참석했는데, 현지에서 미국·EU와 양자 협의도 진행했다는 내용입니다. 경쟁 당국은 나라마다 조금씩 이름이 다른 공정거래위원회를 뜻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하니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국제 관행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부랴부랴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하는 소동을 벌인 것은 문제입니다. 외교 관례상 양자 면담은 상대국의 동의를 얻은 후 보도자료를 배포해야 합니다. EU로부터는 동의를 얻었지만 미국으로부터는 답을 못 들은 상태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양자 협의 내용에 대해 보도자료 배포를 예고한 시간인 6일 오전 10시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출장은 처음부터 좀 덜컹거렸습니다. 공정위 실무진들은 이번 미국 출장을 만류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감안해 가급적 비대면(온라인)으로 참석하자고 했는데 조성욱 위원장이 미국행을 결정했답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했는데 회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미국과 EU 경쟁 당국 수장은 직접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가에서는 “공정위가 아마추어처럼 굴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날 이례적인 보도자료 취소 소동 등도 그렇지만 요즘 공정위는 어딘지 어수선한 모습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위원 파견에 국장급은 보내지도 못하고 과장급 1명밖에 보내지 못하면서 분위기도 가라앉았습니다. 대기업 구내 식당 운영 문제까지 간섭할 정도로 칼을 휘둘러왔는데 인수위 쪽에서 그동안 공정위의 활동에 대해 별로 탐탁지 않아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 그런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