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에 불어났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빠르게 모습을 감추고 있다. 최근 악화하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상 준비에 들어가자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한동안 불어나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란 채권을 만기까지 가지고 있을 경우 오히려 금리를 발행 기관에 내야 하는 변칙적인 채권으로 시중 금리나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을 때 많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세계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2조7000억달러로 1년 전(13조7000억 달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같은 기간 1.6%에서 2.9%로, 1.3%포인트 상승하는 등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마이너스의 영역을 벗어나 플러스 금리로 진입하는 채권이 늘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2020년 12월 한때 18조달러를 넘어서며 규모가 크게 불어났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 중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해온 일본과 유로존(유로 사용 국가) 나라들이 발행한 국채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면서 그 규모가 크게 줄어 4000억달러만 남았다. 현재 세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80%는 주요국 중 유일하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0%에 머물고 있는 일본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쪼그라드는 현상이 투자자에게 좋지는 않다. 국채를 중심으로 채권 금리가 오르면 그동안 초저금리의 힘으로 상승해온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채 금리에 이어 다른 채권 및 대출 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하면 기업 및 가계의 빚 상환 부담도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