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5일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단 상견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통화 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되겠지만, 금리 인상 속도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하겠지만, 인상 속도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음 달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열리는 다음 달 3~4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을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그는 “(연준이) 0.5%포인트 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거나 그 이상이 될 경우(0.75%포인트 인상)에 자본 유출이라든가 환율 움직임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우려가 크다며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 ‘매파’의 관점에 섰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매파의 반대인) 비둘기파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성장률이 빨리 안 떨어지고 높은 수준을 유지해서 고용 창출이나 국민 생활의 질이 올라가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이 총재는 과거의 경제성장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30년 동안 발전해올 때 그 성공이 너무 세서,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단순할 때 정부가 다 주도해서 산업 정책을 하고 제조 회사를 키우고 그러면 해결된 것처럼 모든 일을 정부가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시 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은행이 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단기적 정책 집행에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는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큰 배인데 어디를 가려고 할 때 배의 각도가 1도 기울어져 있으면 아무리 배 위에서 열심히 뛰어도 배가 도달하는 곳은 다른 곳”이라며 “큰 배가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한은이)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