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이른바 ‘빅 스텝(big step)’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빅 스텝’이란 통상적인 금리 변동 폭인 0.25%포인트의 2배인 0.5%포인트의 금리를 한번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초 물가를 잡기 위해 22년만에 ‘빅 스텝’을 선택했다.

한은은 1950년 설립 이후 ‘빅 스텝’을 한번도 선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만약 ‘빅 스텝’을 밟게 되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앞으로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빅 스텝)를 할 필요 없는 상황인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고 7∼8월 경제 상황,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빅 스텝’을 선택할 확률이 아주 없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조찬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최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경제 상황에 대해 추 부총리와 정책 공조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만난 건 각자 취임한 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금융시장이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주식시장 등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에서 세번째)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왼쪽은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은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현재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정책 수단은 상당히 제약돼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고, 정말 좋은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취임하기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수시로 만나서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이 총재도 “정부 부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책 공조를 해야 그나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는 게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부총리 말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 2009년 금융위원회에서 이 총재가 부위원장(차관), 추 부총리가 금융정책국장으로 손발을 맞춘 적 있다. 이날 회동에는 기재부에서는 방기선 1차관이, 한은에서는 이승헌 부총재가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