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동걸 회장이 이임사를 하고 있다./산업은행 제공

요즘 여의도 금융가에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떠난 뒷모습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9일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습니다. 예전에도 정권이 바뀌면 임기를 남겨둔 산은 회장들이 교체되긴 했지만 그래도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에 출근을 중단한 건 이 전 회장이 처음입니다. 금융 당국에서는 “문재인 정부 임기인 5월 9일까지만 일하겠다고 하더니 진짜로 집에 가버릴 줄은 몰랐다”는 말이 나옵니다. 최대현 수석부행장이 회장 직무대행 역할을 하게 됐는데 후임 회장 취임까지 한 달은 공백이 예상됩니다.

이 전 회장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2년 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가자, 20년(집권)”이란 건배사를 했던 것이 대표적이죠. 퇴임을 앞둔 지난 2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박정희 시대 이후 가장 특혜를 받은 지역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인데 이제 자생하려는 노력을 하고, 더 뺏어가려고 하지 말고 다른 지역 좀 도와주라”고 했습니다.

산은은 회장실이 비어있어도 될 만큼 한가한 곳이 아닙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의 실무를 맡고 있는 산은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또 헛손질을 거듭한 쌍용차 매각 문제를 해결하고, KDB생명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급한 불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2일 사의를 표한 후에도 계속 출근하며 업무를 챙기고 있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비교하는 말들이 나옵니다. 정 원장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후임 금감원장 임명이 의결되는 날 이임식을 가질 예정이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후임자가 정해지기도 전에 짐을 싸버린 이 전 회장에 대해 산은 내부에서도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