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좌진 롯데카드 사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본사 집무실에서 가장 아끼는 카메라 ‘라이카 모노크롬(Monochrom)’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사진도 일도 어떤 구도를 잡을 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사고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이태경 기자

스마트폰이 카메라 노릇을 하는 세상이다. 쉽게 찍으니 많이 찍게 된다. “100장 찍어 1장 건지자”는 생각을 할 만큼 많이 찍게 된다. 필름 카메라는 다르다. 필름 1통은 보통 36장을 찍을 수 있다.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게 된다. 인물의 표정과 구도와 배경을 따지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다. 여기에 색감과 노출, 사물이나 지나가는 사람이 사진 어디쯤에 걸리게 할지 등을 미리 생각하고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20년 전쯤 사진에 빠졌다. 라이카M6 카메라를 들고 세상과 인생을 찍기 시작했다. 경영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쌓아 2002년 35세에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상무가 될 때까지 일에 몰두하느라 뜨거워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탈출구가 됐다.

여유롭게 출사를 다녀본 적은 별로 없다. 주로 해외 출장지에서 자투리 시간을 쪼개 찍어야 했다. 그래서 더 전략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원하는 사진을 찍고 돌아올 수 있도록 최적의 동선을 짜고, 사진 찍을 장소를 골라야 했다. 동료들이 관광을 나가거나 호텔에서 쉴 때 장비를 챙겨 골목길을 돌아다녔다. 내 사진 중에는 뉴욕 같은 도심 풍경이 가장 많다.

이왕 하는 것 잘해보고 싶어 뉴욕 상업사진 전문가를 수소문해 개인 과외를 받기도 했다. 10년간 30개 도시에서 찍은 사진 199장을 모아 2012년엔 사진집도 냈다. 알면 알수록 사진은 어려운 것 같다.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기고,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되니 사진 한 장 찍는 게 더 신중해진다.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7시간 동안 50장밖에 못 찍은 적도 있다.

카메라를 들고 한 장소에서 30분을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다. ‘사진 찍기’라 쓰고 ‘도 닦는 기분 느끼기’라고 읽어도 좋을 정도다. 사진이 겉보기엔 그저 멋스러운 취미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얼마나 많이 기다리고, 에너지를 쏟았을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구도를 잘 잡아야 한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저것 일을 벌이고 “한 가지라도 걸려라(성공해라)”는 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리더가 구도만 제대로 짜서 지시해도 10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할 수 있다. 임원들에게 항상 “리더들이 나서서 부하 직원들의 일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롯데카드 조좌진 대표이사>

△1967년 출생

△부산 내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주요경력

-2002년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변화관리실장

-2005년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 한국지사장

-2010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금융마케팅본부장/전략재경본부장

-2013년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 대표이사(사장)

-2015년 JCMC(James Cho Management Consulting) 대표

-2020년 롯데카드 대표이사(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