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2일 밝혔다.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 6월(6.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물가가 두 달 연속 6% 이상 오른 것은 외환 위기 당시였던 1998년 10월(7.2%)과 11월 이후 처음이다.

국민들의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7.9% 뛰어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쌀·라면·달걀·생리대·마스크 등 국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 144개로 구성됐다. 정부는 추석이 있는 9월까지는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채소류 25.9%, 외식비 8.4% 올라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공업 제품,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채소,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 가격 상승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1년 전보다 15.7% 상승해 2010년 1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공공요금이 오른 영향으로 6월(9.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7.1% 올랐다. 특히 채소류(25.9%)의 상승 폭이 컸다.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다. 오이(73.0%), 배추(72.7%), 시금치(70.6%), 상추(63.1%), 파(48.5%) 가격이 많이 뛰었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폭이 커지면서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인상 요인이 확대됐다”고 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 감소가 우려되는 배추와 감자 등에 대해 재배 면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배추·감자 등으로 작목을 전환하거나, 재배 면적을 늘리는 농가를 대상으로 정부와 농협이 나서 재배 물량을 살 계획이다.

개인 서비스 가격은 6.0%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비(8.4%) 인상이 가팔랐다. 그동안 국제 곡물 가격과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서 재료비가 오른 영향이 크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여름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몰린 탓도 있다.

한편, 국제 유가 급등세가 한풀 꺾이면서 석유류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35.1% 올라, 올 들어 처음으로 전월(39.6%)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휘발유는 25.5%, 경유는 47.0%, 자동차용 LPG는 21.4% 올랐다.

가격 변동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4.5%를 기록했다. 지난 5월(4.1%)부터 3개월 연속 4%대를 이어가고 있다.

◇9~10월이 물가 정점 될 듯

6%대 물가 고공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은 “물가 상승률이 6%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일 국회에서 “대외 요인에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9~10월이 (물가 상승률) 정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져 7%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운선 심의관은 “높은 물가 상승세는 국제 유가 급등 등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많지만 최근 들어 이런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조금 완화하는 조짐을 보인다”며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뛰는 등 돌발 상황이 없다는 가정하에 다음 달에는 오름세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등 물가 하락 요인도 있다.

하지만 정부 전망과 달리 8월 물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 방역 조치 해제 후 첫 추석을 앞두고 성수품 수요가 대폭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아직은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낙관적 시각”이라고 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등 이제부터는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침체를 신경 써야 할 때”라고 했다.

배추와 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대비 재배 면적이 줄고 무더위에 장해를 입는 등의 이유로 출하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일 서울 한 대형 마트에 진열된 배추와 무. /연합뉴스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되면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L(리터)당 1800원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