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기금운용본부 전경./조선DB

글로벌 증시 침체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에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이 -8%를 기록했다. 손실액만 77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9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기금 운용 자산은 882조6540억원이다. 작년 말 948조원을 넘어서면서 기금 규모 95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올해 들어 수익률 방어에 실패하면서 80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5월까지 누적 수익률은 -4.73%였는데 한 달 사이 3.27%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분기까지 기금 운용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주식·채권 동반 약세로 손실 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주식과 채권 모두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식 수익률 -20% 달해… 해외 주식도 13% 손실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 주식 -19.58%, 해외 주식 -12.59%, 국내 채권 -5.80%, 해외 채권 -1.55% 순으로 나타났다. 채권보다는 주식,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 성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21.66% 하락했는데, 국내 주요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20%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이다. 해외 주식 수익률의 경우 미국 S&P 500지수 하락률(-19.88%) 등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올해 들어 대부분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국내 주식 중 보유 금액 1위인 삼성전자는 올 들어 현재까지 주가가 25.2% 하락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투자 비율이 큰 SK하이닉스(-29.4%), 네이버(-38.2%), 현대차(-9.8%), 삼성SDI(-12.1%) 등도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투자 비율 상위 5개 종목인 애플(-7.9%), 마이크로소프트(-20.3%), 아마존(-21.6%), 알파벳A(-23.8%), 알파벳C(-23.1%)에서도 모두 손실을 보고 있다.

채권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영향으로 보유 채권의 평가 손실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등에 자금을 투자하는 대체 투자 부문이 7.25%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수익 대부분은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과 배당 수익이었다. 대체 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가 매년 말에 한 차례씩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

◇“하반기 들어 수익률 회복”했다지만... 연간 손실 우려 커져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시한 주요 연기금들의 수익률도 처참한 수준이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올해 상반기 누적 수익률 -14.4%를 기록했고 네덜란드 ABP(-11.9%), 미국 캘퍼스(-11.3%)는 국민연금 수익률을 밑돌았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일본 공적연금(GPIF)이 각각 -7.0%, -3.0%로 국민연금 수익률을 웃도는 정도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가 시작된 하반기에는 수익률이 일부 회복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주식시장 변동 폭이 축소되고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둔화로 2분기 대비 안정화되어가는 모습”이라며 “국민연금 수익률도 현재 -4%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6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 긴축’ 발언 후폭풍으로 전 세계 증시가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베어마켓 랠리가 끝났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국민연금의 연간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연간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8년과 2018년 두 번이었다.

국민연금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 관리에 힘쓰겠다”며 “경기 회복기 성과를 높이기 위한 투자 기회 확보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