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금리가 8년 8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 금리 5% 이상인 대출 비중이 1년 새 전체 3%대에서 40% 수준으로 급증한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7일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뉴시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12월 연 3.37%에서 올해 6월 연 4.06%로 4% 선을 뛰어넘더니 9월에는 연 4.87%까지 상승했다. 2014년 1월 이후 8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금리가 급등하자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빚을 냈던 중소기업들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9월 금리가 5% 이상인 중소기업 대출 비율은 40.6%로, 1년 전(3.1%)과 비교하면 13배가 됐다.

가계대출 금리 역시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다. 9월 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5.15%로, 2012년 7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작년 9월(연 3.18%)과 비교하면 1년 사이 가계대출 금리가 약 2%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5%로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자료=한국은행 그래픽=김성규

◇기업도, 가계도 금리 쇼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글로벌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한국은행도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의 2배인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서 올해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자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높아지는 대출 금리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도 자금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으로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카드사·저축은행·캐피털사 등 2금융권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급등기에 수익을 높이는 점도 이런 상황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 수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금리를 먼저 올리고 금리 하락기에는 예금금리를 먼저 내리면서 위험을 회피한다. 금리 인상기에는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이 확대돼 수익이 더 늘어나기 마련인데, 올해 9월 은행권 예대 금리 차이(잔액 기준)는 2.46%포인트에 달했다. 2014년 8월 이후 가장 크다.

은행들이 돈을 조달하는 비용은 소폭 늘어난 반면 대출로 운용해서 얻는 운용 수익은 대폭 늘어나는 중이다. 저원가성 예금 등을 활용해 싸게 돈을 끌어와 비싸게 빌려준다는 얘기다. 올해 3분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이자수익률(3.10%·운용 수익 수준)은 이자비용률(1.46%·조달 비용 수준)의 2배가 넘었다. 작년 1분기와 올해 3분기를 비교하면 이자수익률이 0.84%포인트 늘어나는 사이 이자비용률은 0.64%포인트만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올해 3분기에 이자 수익만 10조153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대 금융지주는 3분기까지 누적으로 13조85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4조5429억원의 연간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인 작년 순이익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은행권 금리 상승, 수익 상승 전망

최근 문제가 된 자금시장 경색도 은행 대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발행으로 돈을 끌어오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한전채 발행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받은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연말까지 은행에서 2조~3조원가량을 빌려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자금난을 풀기 위해 정부가 은행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대출 총량을 5% 늘려준 것도 은행들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이다. 정부가 무주택자 및 1주택자의 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LTV)을 50%로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 조치도 은행 실적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