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생산이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생산이 전달보다 1.5% 줄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됐던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7월(-0.2%), 8월(-0.1%), 9월(-0.4%)에 이어 넉 달 연속 생산이 줄어들면서 경기 둔화 위기감이 커졌다. 4개월 연속 감소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도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0.8% 줄면서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0.2% 감소했다. 소비는 3월(-0.7%)부터 7월(-0.4%)까지 5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8월(4.4%) 반등에 성공했지만 9월(-1.9%)과 10월에는 다시 두 달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생산이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투자와 소비는 위축되는 총체적인 경제 위기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하락하는 공장 가동률

양변기 부품을 만드는 와토스코리아는 올해 생산량을 작년보다 15% 줄였다. 송공석 대표는 “건설 경기가 좋아야 화장실 공사가 늘고 우리 매출도 늘어나는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요가 말라붙었다”고 했다. 대기업들도 생산이 줄어들면서 가동률이 추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모바일 기기 공장 가동률은 72.2%. 지난해 같은 기간(80.3%)에 비해 8.1%포인트 떨어졌다. 공장 가동률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세탁기 공장 가동률 역시 지난해 105%에서 88%로 급락했다.

/자료=통계청, 관세청 /그래픽=양진경

주요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말 삼성전자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상반기보다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DS)의 재고는 26조3652억원으로 22.6%나 늘었다. LG전자는 11조2071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재고자산을 공시한 19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65조4432억원으로 작년 말(121조4922억원)보다 3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재고가 쌓이면서 주요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이 이제 시작됐고, 내년부터 더욱 본격화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소비·투자·재고 전 영역 경고등

가장 큰 위험 신호는 생산 감소다. 기획재정부는 “수출 부진 등으로 광공업 생산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경기 회복을 주도한 소비도 더 오르지 못하며 회복 흐름이 약화되는 조짐을 보였다”고 했다. 9월에는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했지만, 한 달 만에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경제의 외곽이 아니라 성장의 축인 핵심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 5~11월 중 9월만 빼고 6개월째 매월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연간으로 적자를 기록하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첫 대중 적자다. 김진욱 씨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경기 붕괴에 따른 제조업 수출 경기 위축은 이미 지난 7월쯤부터 시작됐다”면서 “내년에 1%대 성장도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투자도 위태롭다. 10월 설비 투자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건설 분야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건설 수주가 전년 동월 대비 40.5%나 줄었다. 2013년 2월(-44.4%) 이후 9년 8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기재부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를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요인으로 봤다. 이번 파업으로 하루에만 3000억원씩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화물·철도 파업으로 물류망이 망가지면 부품·상품 공급 차질이 빚어져 물가가 뛰고 경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