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배송차량의 모습. /컬리 제공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大魚)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4일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을 강행할 경우 제대로 흥행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컬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올해 IPO 시장에서도 지난해 하반기처럼 무더기 상장 취소·연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컬리, “투자 심리 위축 고려해 상장 연기”

컬리는 이날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해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는 올해 2월 22일까지 공모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컬리는 2021년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인정받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현재는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이 1조원 규모로 축소됐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새벽 배송 플랫폼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 높이기에 들어갔지만 찬바람이 부는 시장 분위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컬리가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구축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무리를 하더라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컬리의 영업손실은 2019년 986억, 2020년 1162억, 2021년 2177억원으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컬리 측은 “당사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다”며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IPO 줄줄이 철회?

컬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상반기 상장이 예정되어 있는 추정 가치 1조원 이상의 대어급 기업은 케이뱅크와 골프존카운티로 줄어들었다. 골프존카운티는 컬리와 함께 지난해 8월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아 2월까지 공모를 마쳐야 하고,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승인을 받아 3월 30일 이전에 공모를 마쳐야 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무렵 상장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올해로 계획을 한 차례 연기했다. 현재로서는 두 기업 모두 적절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兆) 단위 기업들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10조원), 카카오모빌리티(8조원), LG CNS·SK에코플랜트(7조원), CJ올리브영(2조원) 등이다. 이 중 일부 기업은 나스닥 상장도 염두에 두며 상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와 비슷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의 상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2월 29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오아시스는 아직 상장 시기를 정하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IPO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끊어진 대어급 IPO를 올해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의 경우 IPO를 추진하다 철회 공시를 낸 기업이 13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 년 IPO 시장은 공모 기업 수 기준으로는 전년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모 금액 측면에서는 지난 2년간의 높은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