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권에 “조건 좋을 때 떠나자”는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서둘러 인생 2막을 설계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맞물려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만 3000명 이상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선 이달 초까지 73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작년 희망퇴직자 규모(674명)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별퇴직금(최대 35개월 치 월평균 급여)과 학자금(학기당 350만원씩 최대 8학기) 등 조건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도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다.


오는 10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신한은행도 신청자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대상 직급을 부지점장 아래까지, 나이는 만 44세까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먼저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의 경우 2021년(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은행을 떠났다. 만 40세까지 대상 연령을 확대한 우리은행에서도 희망퇴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선 올해 5대 은행 희망퇴직 규모가 작년(2244명)보다 1000명 가까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희망퇴직 급증은 은행과 은행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은 인력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대상 연령을 낮춰 대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은행원들은 희망퇴직 조건이 좋을 때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부지점장급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을 포함해 4억~5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