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로고. /연합뉴스

불과 두 달 전 연 5%를 넘었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추락했다. 금융 당국이 과도한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선 뒤 급격하게 하락해 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98~4.27%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정기예금’이 연 3.98%, NH농협은행의 ‘올원e예금’이 연 3.99%로 나란히 4%선이 무너졌다. 신한은행(연 4.1%)과 하나은행(연 4.2%), 우리은행(연 4.27%) 등도 4% 초반에 머물렀다.

지난해 11월 15일까지만 해도 5대 은행 예금 금리가 연 4.85~5.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역주행’이 급격하게 진행된 것이다. 예를 들어 농협은행의 경우 두 달도 되지 않아 최고 금리가 연 5.1%에서 3.99%로 1.11%포인트나 떨어졌다. 5000만원을 넣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간 이자가 50만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5대 은행 외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통틀어 가장 금리를 많이 주는 곳이 연 5%(부산은행, 케이뱅크)다. 일부 지방 은행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첫 거래 등 우대 요건을 충족하면 최고 5.3%까지 고금리를 적용했지만, 최근 들어 이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권고를 이유로 예금 금리는 발 빠르게 내리고 있으면서 대출 금리 인하는 늑장을 부려 수익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의 경우 예금 금리와 비교해 2배 정도 높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25~8.11%에 달해 신년 벽두부터 8%선을 뚫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긴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대출금리 인상 속도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는 더 오르게 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