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지점에 붙은 영업시간 안내문./ 김연정 객원기자

KB국민은행이 오는 30일부터 군부대 내에서 운영하는 6개 출장소부터 ‘은행원 점심시간 동시사용 제도’를 도입합니다. 직원들이 교대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1시간 동안 은행 문을 닫고 동시에 점심을 먹겠다는 것입니다. 오는 3월 6일엔 청주시청과 강남대, 대진대 등 3곳으로 확대됩니다.

“직원 휴게 시간을 보장하라”는 은행 노조의 요구가 워낙 강한 탓에 직원이 둘뿐인 소형 출장소에 한해 시행하는 것이라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은행의 지나친 갑질” “점심시간을 짬내 은행 업무를 보려는 고객을 우습게 아는 처사” 등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1시간 단축된 은행 영업 시간이 복원되지 않아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점심시간까지 은행 문을 닫겠다니 불만이 커진 것이죠. 국민은행이 “일반 영업점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동안 은행권의 영업점 폐쇄와 영업시간 단축으로 피해를 본 국민은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모습입니다.

안 그래도 은행 점포가 매년 300여 곳씩 줄어 은행 이용이 불편해지는 와중에 영업 시간만 짧아지니 영업점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직장인들은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휴가를 써야 할 지경입니다.

앞서 은행권은 2020년 코로나가 터지자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영업 시간을 단축하다가 2021년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줄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로도 영업 시간을 복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 거리 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 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국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 시간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영업 시간 정상화가 금융노조의 ‘협상 무기’가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노조가 은행의 공익적 역할을 우선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