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똑똑 두드리면 바로 상대방에게 알림이 전달되고, 이렇게 대화면에 나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죠. 이게 바로 순간이동(teleport) 아닌가요?”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전시장. 프랑스 스타트업이 모인 ‘라 프렌치(La French) 테크’ 부스에서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사람 크기만 한 대화면 기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CES에 모인 스타트업 아이디어

프랑스 스타트업 라 비트레(La Vitre)가 선보인 이 제품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86인치 초대형 터치스크린이다. 카메라, 마이크가 달려 있어 화면 앞에 서기만 하면 실제 사람과 마주하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화면을 두드리면 상대방 스마트폰에 누군가 나를 찾는다는 알림이 전달된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원격 근무하는 팀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콘퍼런스 무대에도 이 장비를 갖다두면 유명 연사가 직접 오지 않아도 강의가 가능하다”며 “당신은 기자니까,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원격 인터뷰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굳이 AR(증강현실), 홀로그램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저비용에 원격 소통 문제를 해결한 실용 기술인 셈이다.

CES의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 파크’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한데 모이는 ‘아이디어 용광로’ 같은 곳이다. 정부(중소벤처기업부), 대학(서울대, 연세·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공기업 등의 주도로 대거 참가한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대만 등이 국가별 부스를 차리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뽐냈다.

스타트업 펫나우는 AI(인공지능)를 통해 고양이의 얼굴을 정확히 인식, 신원을 파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굳이 동물에게 식별 번호를 새기거나, 식별용 칩을 삽입하지 않아도 AI를 통해 개별 동물을 구분해낼 수 있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AI를 통한 고양이 얼굴 인식률은 99% 수준”이라며 “앱을 통해 반려묘 프로필을 만들고, 만약 유기묘를 발견하면 얼굴 사진을 찍어 주인을 찾아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대 화학부 홍병희 교수가 창업한 그래핀스퀘어는 투명하고 종이보다 백만배 얇은 그래핀의 성질을 활용한 가상(Virtual) 벽난로 ‘그래핀 라디에이터’로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에어백 달린 벨트, 맞춤형 마음 관리 앱

코로나를 겪으며 안전, 헬스케어 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도 많았다. 세이프웨어는 추락 시 근로자를 보호하는 산업용 에어백 C3로 CES 혁신상을 받았고, 프랑스 스타트업 인디노브는 노인이 낙상으로 부상하지 않도록 에어백 달린 벨트를 출품했다. 와이브러시는 10초 만에 효과적으로 양치를 할 수 있도록 3만5000개의 솔이 달린 전동형 칫솔을 선보였다. 치약을 바른 뒤 입에 넣고 10초간 작동시키면, 일반 칫솔로 2분간 바른 양치질을 했을 때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문우리 대표가 창업한 포티파이(40FY)는 맞춤형 마음 관리 앱 ‘마인들링’으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심박 변이도를 측정해 스트레스 지수와 회복 탄력 지수 등을 파악하고, 자체 심리 검사를 더해 맞춤형 심리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라스베이거스=박순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