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2020년 3월 시작된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2년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다음 나중에 다시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 중 일부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당국도 전면 재개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28일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350개 종목에 대해서는 2021년 5월 공매도를 재개했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었다. 그런데 350개 종목 외 나머지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2년 10개월 동안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보다 더 긴 공매도 금지

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서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충격에도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일부 공매도 중단 조치를 내렸던 국가들에서도 금지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았다.

과거 국내에서 공매도 금지됐던 기간과 비교하면 현재 금지 기간은 긴 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 11월까지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5년간 금지됐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8개월)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3개월) 때도 금지 조치는 1년을 넘기지 않았다.

지난 27일 코스피가 전날 대비 0.62% 오른 2484.02로 마감하면서 2500선을 앞두게 됐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완전 재개는 아직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 최승재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전면재개 요청이 있으나, 여전히 높은 시장변동성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우려도 있는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시장 변동성이 아직 높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21년 한때 3300선을 넘었던 코스피가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350개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던 2021년 5월 3일 코스피가 3127.2였다.

◇공매도가 진짜 주가 끌어내리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라며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증시 약세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지는 이론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들이 가입돼 있는 세계거래소연맹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 사태가 벌어진 2020년 3월 이후 “공매도 금지가 효과가 없는 조치”라는 주장을 펼쳐오기도 했다. 연맹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더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공매도 금지가 공매도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옵션 시장 등 다른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주가 조작 등 인위적인 주가 부양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주가가 치솟으면 공매도 투자가 몰리며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주가 조작 등으로 주가가 치솟을 때 개인 투자자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해당 종목을 매수해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