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캐릭터 구경 시켜주세요” “제 방 보고 MBTI 맞춰보세요”

최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직접 꾸민 아바타와 원룸 형태의 가상 공간 자랑글이 인기다. 모르는 사람의 아바타와 공을 보고 MBTI를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모든 건 앱 ‘본디’(bondee)에서 경험할 수 있다. 본디는 작년 10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IT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출시한 소셜앱으로,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패러디한 본디 이용자/트위터

◇ 싸이월드 생각나는 ‘본디’

본디의 시작은 아바타 만들기다. 머리 스타일, 피부색, 눈, 코, 눈썹, 귀 모양을 골라 본체를 만들고, 옷과 액세서리로 꾸미면 나만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다음은 방 꾸미기. 제공되는 아이템을 통해 원룸 형태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 2000년대 ‘국민 SNS’로 불렸던 싸이월드의 ‘미니미’ ‘미니룸’ 꾸미기와 비슷하다.

본디 앱으로 꾸민 나만의 방. 벽에 붙은 포스트잇은 친구들에게 받은 메모./본디

싸이월드처럼 나만의 배경음악(BGM)도 설정할 수 있다. 또 싸이월드의 소통 기능인 ‘일촌평’ ‘방명록’처럼 친구 공간에 방문해 ‘메모’도 남길 수 있다. 이 메모는 포스트잇 형태로 벽에 부착된다.

카카오톡 등과 같은 메신저 기능도 있다. 특이점은 텍스트가 아닌 아바타가 중심이라는 것. 나의 아바타와 친구의 아바타가 채팅방 한가운데서 3차원으로 표현된다. ‘슬픔’을 누르면 아바타가 눈물을 흘리고, ‘신남’을 누르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하게 웃는다. ‘댄스’를 누르면 두 아바타가 춤을 춘다.

본디앱 채팅창/본디

◇ 친구는 50명만..낯선 사람과 대화는 ‘플로팅’ 기능으로

본디만의 차별점은 친구 수를 최대 50명으로 한정한 것이다. 연락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친구 신청을 보낼 수 있는데, 상대가 수락하지 않으면 친구 맺기가 불가능하다. ‘찐친들의 아지트’를 표방하는 소셜미디어답게, 보여주기식이 아닌 자신의 일상·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다.

만약 50명이 아쉽다면, ‘플로팅’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친구가 아닌 다른 이용자들에게 랜덤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다. 망망대해 속 배를 탄 아바타가 병에 편지를 넣어 띄우듯이 ‘해류병’에 메시지를 적어 던지면 다른 이용자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이용자의 메시지를 주워 답할 수도 있다. 해류병 작성자의 정보는 알 수 없고 꾸민 아바타 프로필과 쪽지를 작성한 날짜만 표기된다.

본디 플로팅 기능/본디

◇ 앱 인기순위 1위 본디..열풍 오래갈까

나만의 아바타 만들기, 방 꾸미기 등 기존 소셜미디어와 다른 기능으로 본디 인기는 뜨겁다. 13일 기준 국내 애플스토어, 구글플레이에서 인기 앱 1위를 기록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M세대(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와 Z세대(20대 초반)가 본디를 활용하는 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M세대는 아바타를 꾸밀 때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면, Z세대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로 아바타를 만들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직장 동료가 초대 링크를 보내 호기심에 다운 받았다가, 아바타랑 방 꾸미기에 푹 빠졌다. 어릴 때 싸이월드 생각 나더라. 친구들 아바타와 방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직장인 친구들 아바타는 나를 포함해 대부분 침대에 누워 있거나 쉬고 있어서 빵 터졌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대학생 이모(24)씨는 “평소에 좋아하는 (걸그룹) 뉴진스 멤버들로 아바타를 만들었다”고 했다.

직장인이라는 본디 이용자의 친구 목록/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는 자신의 아바타나 꾸민 방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서로의 아바타와 공간을 보며 MBTI를 맞추기도 한다. 또 본디를 이용해 좋아하는 연예인을 아바타로 만들고, 인기 드라마·영화 속 상황을 패러디해 인증하는 게시물도 인기다.

그러나, 본디 열풍이 일회성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예상도 많다. 이용자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추가 아이템, 새로운 기능 등의 앱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본디 이용자인 직장인 최모(34)씨는 “처음에 아바타 만들고, 방 꾸밀 때는 재미있었는데, 다시 꾸미려고 하니 아이템들이 많지 않아 손이 가지 않더라. 방도 넓히고 싶다”고 했다. 현재 본디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데, 앞으로 어떻게 수익 모델을 만들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