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가에 고층 건물이 한창 올라오고 있었다. 이 지역은 스타트업이 몰려들며 사무실 수요가 는 대표 '창업 단지'다. /텔아비브=오로라 기자

지난 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중심가의 하샬롬역. 매일 6만명 이상의 인구가 오가는 이 역 주변엔 눈을 돌리는 곳마다 고층 빌딩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지역은 테크 기업들이 밀집한 이스라엘 대표 창업 단지 중 하나다. 근처 사무실에 입주해 있는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울트라레드’ 관계자는 “테크 기업 3000개가 몰려있는 텔아비브는 항상 사무실이 부족하다”며 “돈 잘 버는 테크기업이 몰리는 곳은 모두 이스라엘 최고 번화가로 탈바꿈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텔아비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들어섰고,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창업가들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텔아비브에서 10㎞ 정도 떨어진 중부 도시 페타티크바도 글로벌 경기 불황을 잊은 듯 곳곳에 빌딩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지역 산업단지에 입주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플래테인’ 대표 아브너 벤바삿씨는 창밖으로 보이는 타워크레인을 가리키며 “인텔, IBM, 세일즈포스(소프트웨어), 탈레스(프랑스 방산기업)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에 있어, 테크 스타트업들도 여기로 몰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이른바 ‘실리콘와디(Wadi·히브리어로 계곡)’가 이스라엘 전역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하샬롬 역 근처의 모습. 창업가가 몰리면서 이 지역에는 텔아비브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중앙 우측 회색 건물)가 들어섰다. /텔아비브=오로라 기자

인구가 1000만명이 채 안 되는 소국 이스라엘은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6.3%를 달성했다.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투자, 수출, 소비가 모두 호조를 보인 결과다. 극심한 글로벌 불황에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이 2.9%에 불과한 가운데, 6%대 고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이스라엘은 천연자원도 없고, 땅이 좁아 제조업이 발전할 여지도 없는 나라다. 대신 온 국력을 첨단 기술 개발에 쏟으며 온 국민의 기술 창업을 독려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는 현재 9500개의 테크 기업이 활동하며 전 세계에서 투자금을 쓸어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는 약 20조원(155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는 한국(6조7640억원)의 3배 수준이다. 현지에서 만난 벤처투자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투자금의 70%가 해외에서 온다”며 “저주를 축복으로 바꾼 결과”라고 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페타티크바=오로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