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국제 컨벤션 센터(ICC)에서 만난 조나단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창업자 겸 CEO는 “내가 해온 여러 투자 판단 중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지인의 쿠팡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며 “한국을 너무 몰랐다. 앞으론 쿠팡보다 더 크게 성장할 한국 스타트업을 찾고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계 거물인 그가 지난 2013년에 창업한 아워크라우드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개인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이른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업체다. 연쇄 창업가인 그는 “대부분 밀실에서 이뤄지는 벤처 투자 기회를 개인에게도 열어주면 창업가들이 더 쉽게 도움을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아워크라우드가 직접 심사한 펀딩 프로젝트를 공고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1인당 최소 1만달러부터 투자에 참여하는 식이다.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이스라엘 창업가들이 조너선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CEO(왼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사진을 남기고 있다./아워크라우드

현재 아워크라우드에 등록한 투자자는 22만명, 활성 투자자는 5000여 명이다. 그는 “우리는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투자자도 심사한다”며 “소득과 배경 등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에야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고 했다. 크라우드 펀딩에는 개인과 글로벌 은행·대기업·투자기관 등이 고루 있는데, 그중 개인 비율이 80%에 달한다. 메드베드 CEO는 “다만 자금 규모로 보면 기관과 기업의 비율이 80%, 개인 투자자는 20% 안팎”이라고 했다. 아워크라우드는 크라우드 펀딩뿐 아니라 글로벌 기관·VC(벤처캐피털) 등과 함께 출자해 투자 펀드 42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아워크라우드는 창업 후 10년 동안 누적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38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아워크라우드의 심사를 받은 스타트업은 1만7770개. 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이 2%에 불과한 셈이다. 그는 “깐깐한 심사 덕분에 비욘드미트·레모네이드 등 나스닥 상장사를 비롯한 61개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고 했다.

15일(현지 시각)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조너선 메드베드 아워크라우드 CEO(왼쪽)./예루살렘=오로라 기자

그는 이날 “한국과 이스라엘은 협력할 여지가 크다”며 “우리는 0에서 1을 창조하는 것에는 뛰어나지만, 각종 제약 때문에 사업을 1에서 10으로 키우는 건 잘 못한다”며 “그건 제조 능력이 뛰어나고 시장 규모도 갖춘 한국이 잘하는 분야”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저평가된 알짜 스타트업이 많다”면서 “한국에 지사를 세워 이스라엘에서 발굴한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예루살렘=오로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