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한 레스토랑 바깥에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간판이 설치돼 있다. 10일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취업자 수는 31만1000명 증가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의 2월 취업자수가 전달에 비해 31만1000명(농업 제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 서프라이즈’를 보인 1월(51만7000명)과 비교하면 취업자수 증가폭이 60% 수준으로 줄었지만, 시장 예상치(22만5000명)보다 8만6000명 웃도는 숫자다. 다만 실업률은 전달(3.4%)보다 0.2% 오른 3.6%로 집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자료로 삼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과열이나 둔화 어느 쪽으로도 확실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프랜시스 도널드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현재 연준이 0.25%포인트와 0.5%포인트로 움직일 확률을 50대 50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발표되는 미국 2월 소비자 물가(CPI) 지표까지 확인해야 오는 22일 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 노동통계국이 10일 발표한 2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은 34년만의 최저치라던 지난 1월 3.4%보다는 0.2%포인트 오르면서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2월 평균 시급은 1년 전에 비해 4.6% 올랐다. 전달(4.4%)보다 0.2% 높은 수치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려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고용시장 과열부터 식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미 정부의 고용지표를 둔화세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도 과열·냉각 기조가 섞인 양상이다. 미국 민간 고용 정보 업체 ADP가 8일 발표한 2월 민간 고용은 24만2000명 증가로, 증가 폭이 1월(11만9000명)보다 크게 늘었다. 시장 예상치(20만5000명)도 뛰어넘었다. 같은 날 나온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도 1월 채용 공고가 1082만건이었다고 집계했다. 실업자 대비 구인 건수가 여전히 1.9배에 이를 정도로 미국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뜻이다.

반면 노동시장이 다소 진정 추세란 지표도 나왔다. 9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2월 26일~3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8주 만에 다시 20만명 선을 웃돈 것으로, 월가 예상치(19만5000명)를 넘어섰다.

기업 감원 칼바람도 세졌다. 고용 정보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가 집계한 기업들의 2월 감원 계획은 7만7770명이었다. 작년 2월(1만5245명)보다는 410% 급증한 수치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대규모 명예퇴직 권고에 나섰다. GM의 미국 내 전체 사무직(5만8000명)의 과반에 해당하는 5년 이상 근무자들에게 명예퇴직 프로그램(VSP)을 제안했다고 CNBC는 전했다. GM이 임직원 500명을 해고한다는 보도가 나온지 일주일만에 추가적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채용 공고에선 이미 냉각 조짐이 나타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