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12% 하락한 3만2394.25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16% 떨어진 3971.27을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0.45% 하락한 1만1716.08에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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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뱅크데믹’ 어디로’, ‘불러드 “최종 금리 높여야”’, ‘블랙록 vs 건들락’을 꼽았습니다.

미국에서 중소형 은행 추가 파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25대 은행을 제외한 다른 중소은행들의 대출 중 40%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입니다. 그런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고점인 2022년 중반 이후 4~5%쯤 하락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합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18~2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오피스 빌딩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소은행들과 상업용 부동산 사이에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은행들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예금 인출이 가속화할 수 있고, 그 여파로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상환 요구에 나서게 되고, 이게 다시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방송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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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데믹’ 어디로

28일 미국 상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실패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연준에서 은행 감독을 담당하는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마틴 그룬버그 의장 등이 출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하면서 대대적인 은행 규제 개혁을 시사했습니다. 바 부의장은 또 “SVB는 매니지먼트 실패의 교과적인 사례”라면서 “은행 시스템을 건전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금융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습니다.

28일 마이클 발 연준 부의장이 의회 청문회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바 부의장은 SVB 사태를 설명하면서 이틀 만에 거의 모든 예금이 빠져 나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9일 420억 달러의 예금이 인출됐고, 10일 1000억 달러의 예금 인출 요구가 있었는데 둘을 합치면 SVB의 예금액 1750억 달러의 81%에 달하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에 10일 은행 문을 닫고 FDIC가 개입한 것이란 얘기입니다.

FDIC의 그룬버그 의장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실패가 자산규모 1000억 달러 이상의 은행이 금융 안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추가적인 관심을 받을 만 하며, 특히 자본과 유동성, 금리 리스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공화당은 SVB 사태 이전부터 은행의 자본 규정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연준을 압박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를 마련해도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문제가 불거진 SVB는 퍼스트시티즌스가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27일 FDIC는 퍼스트시티즌스가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모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SVB인수에 미 지역은행들은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특히 ‘제2의 SVB’로 지목되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27일에 오전 한때 30% 이상 폭등했다가 이날 11.8%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SVB인수하기로 한 퍼스트시티즌스는 27일 주가가 53.7% 상승했고, 28일에도 2.3% 올랐습니다.

하지만 미국 은행권이 경제에 제공하는 유동성(돈)이 최근 은행권 불안으로 인해 줄어들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은행권이 점차 대출 태도를 보수적으로 바꾸면서 오피스빌딩, 상가,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돈 가뭄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25대 은행을 제외한 다른 중소은행들의 대출 중 40%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입니다. 그런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최근 고점인 2022년 중반 이후 4~5%쯤 하락했는데,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18~2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피스 빌딩의 경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소은행들과 상업용 부동산 사이에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은행들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예금 인출이 가속화할 수 있고, 그 여파로 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갚으라고 하고 이에 다시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상황은 더 악화되는 게 가속화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 전망. /자료=캐피털이코노믹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자산 규모 2500억 달러 미만인 은행은 미국 상업 및 산업 대출의 50%를 차지하며, 거주용 부동산 대출의 60%,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 소비자 대출의 45%를 차지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로 예금보호 비중이 낮은 소형 은행들은 신규 대출이 40%쯤 줄고, 다른 소형 은행들도 대출이 15%쯤 줄어들어 전체 은행 대출은 2.5%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러한 대출 긴축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가 25~50bp(bp=0.01%포인트) 인상되는 것과 같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중소은행이 건전성을 더 중시하면서 대출 조이기가 나타나고, 이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3월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은행 불안에도 깜짝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콘퍼런스보드는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4.2로 2월의 103.4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에서는 101로 하락을 전망했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3월20일까지의 응답을 집계해서 SVB 사태 이후의 소비자 심리가 반영됐습니다.

◇ 불러드 “최종 금리 높여야”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8일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통화정책 대상은 은행이 아닌 물가’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물가 잡기를 중시하는 매파의 입장을 확연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현재 환경에서는 계속적인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서 금융 스트레스를 억제할 수 있으며, 적절한 통화정책을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불러드 총재는 지난 24일 한 연설에서 자신의 기준금리 전망을 기본보다 25bp(bp=0.01%포인트) 더 올린 연 5.625%로 높였다고 했습니다. 범위로 보면 5.5~5.75%를 제시한 것입니다. 또 “연준이 이 수준까지 빠르게 올리면 올릴수록 더 좋다”고 했습니다. 물가 잡기가 최우선이라는 신호를 확실하게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러드 총재는 SVB의 실패로 나타나는 은행권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앞으로 완화될 확률이 80%에 달한다면서 더 높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SVB는 ‘별난 은행(quirk bank)’라고 하면서 은행 자체의 특별한 문제 때문에 나타난 실패이고 감독 당국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연준이 명확한 신호를 주는데도 일부 은행들이 금리 환경이 바뀌는 데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통상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1984년 콘티넨탈 일리노이은행 파산, 1994년 멕시코의 ‘데킬라 위기(멕시코 외환 위기)’와 오렌지 카운티의 파산,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런 일들이 당시에 엄청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미국 경제의 방향에 궁극적인 재앙의 조짐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연준은 지난 21~22일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베이비 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동결 얘기도 나왔지만, 인플레이션 잡기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입니다.

3월 점도표는 12월 점도표와 같이 올해 금리를 평균 연 5.1%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를 더 높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대로 둔 것입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나온 점도표. /자료=미 연준

그런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 잡기와 금융 안정 가운데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월가를 헷갈리게 했습니다.

우선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인플레이션 잡기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할 것이란 시장 기대에 대해선 “틀렸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동결까지 고려했었다고 하면서 금융 시스템 안정에도 신경을 썼다는 말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은행 혼란으로 인해 “우리는 금리 인상 중단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금융여건의 긴축은 금리 인상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25bp 금리 인상과 같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2% 인플레이션을 회복하는 길은 반드시 금리 인상으로만 할 필요는 없고 금융여건 긴축으로도 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번 5월 FOMC의 기준금리 확률은 현재로선 시장에서 동결 확률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4.75~5%로 동결할 확률은 63.1%입니다, 연 5~5.25%로 올릴 확률은 36.9%입니다.

◇ 블랙록 vs 건들락

향후 연준의 금리 행보를 두고 월가에서는 3분기 말까지 금리 인하가 나올 수 있다는 베팅이 늘고 있습니다. 이르면 6월에라도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6월 FOMC에서 연준이 연 4.5~4.75%로 금리를 내릴 확률이 6.2%인데, 이는 한 달 전만 해도 0%의 확률이었습니다. 7월 FOMC에서 금리를 연 4.5~4.75%로 내릴 확률은 37.1%에 달합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확률(28일 현재). /자료=시카고상품거래소

하지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블랙록의 전략가인 웨이 리는 이번 주 고객 노트를 통해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하 기대는 침체가 경제를 타격했을 때 연준이 구하러 나선다는 낡은 교범에 근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웨이 리는 “우리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싸움이 잦아드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지만, 여전히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록은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다른 중앙은행들은 은행권의 문제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시했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은 은행권의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강경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금리 인하는 중앙은행의 논의 범위에서 아예 벗어난 선택지”라고 했습니다.

블랙록은 현재로서도 ‘연준이 탄탄한 고용 시장 때문에 얼마나 인플레이션이 견고할지 얕잡아 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월 근원 소비자물가가 우려되는 모습을 보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에 전년 대비 5.5%, 전달 대비 0.5%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월가 전망과 부합했지만, 전달 대비로는 월가 전망치 0.4%보다 높았습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달 대비로 작년 12월 이후 상승률을 계속 높여가고 있습니다.

오는 31일 PCE(개인소비지출) 물가가 나옵니다. 근원 PCE 물가는 1월에 전년 대비 4.7% 오르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는데, 그대로일지 더 오를지가 관심사입니다. 전달 대비로는 1월에 0.6% 오르면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는데 상승세를 지속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일단 월가에서는 전달 대비 0.4%로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랙록과 달리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곧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 /더블라인캐피털

건들락은 지난 27일 CNBC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몇 개월 내에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 보면서 연준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건들락은 “우리가 계속 얘기해 왔듯이 경제에 역풍이 나타나고 있고, 몇 개월 내에 침체가 닥칠 것”이라며 “실업률도 곧 높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건들락은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며, 올해에 여러 차례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이 3월에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 가능성은 전달의 60%에서 65%로 상승했습니다. 이 조사는 SVB 사태 이후인 3월 20~27일 실시됐고, 이코노미스트 48명이 참가했습니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경기 침체 확률 전망 추이. /자료=블룸버그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의 지역 은행권 불안이 잦아들지가 최근 월가의 관심사입니다. 은행권 불안으로 대출 조이기가 가시화되면서 부동산 시장과 경제 침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 연준 내 매파 인사가 금리를 더 강하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은행권 불안에도 인플레이션 잡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준의 행보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습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월가 주류의 전망과는 다릅니다. 각종 전망의 근거를 잘 따져 보고 투자자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