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작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 들어 매출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매달 돌아오는 임차료 납부일은 공포스럽다.

A씨는 ‘월세 결제 대행 업체’를 통해 지난달 임차료를 막았다. 대행 업체에 임차료와 수수료(4.4%)를 포함한 액수를 카드 결제하면, 업체에서 건물주에게 임차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A씨 이름으로 넣어준다. A씨는 “건물주에게 구구절절한 사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카드 할부도 가능해 당장 현금이 없을 때 유용하다”고 했다.

◇“당장 월세 낼 현금 없을 때 유용”

고정지출 중에서도 최우선순위로 나가는 월세를 대행 업체를 통해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장 이달 월세를 낼 현금이 없을 때 다소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고 카드 결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주로 ‘OO페이’라는 이름이 붙은 업체들이 이 같은 월세 납부를 대행해준다. 업체가 임대인에게 임차인 이름으로 계좌이체를 해주는 방식이라 임대인 동의가 필요없다. 상당수 대행 업체는 월세를 카드로 결제할 경우 할부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원래 월세 카드 납부 서비스는 2020년 말 금융위원회가 ‘혁신 금융’으로 지정해 신한·삼성·현대·우리카드 등 신용카드사에서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고 서류 절차가 복잡한 편이라 신용카드사를 통한 월세 카드 납부는 4사를 다 합쳐도 월 수백건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신용카드보다 수수료는 비싸지만 절차가 간단한 월세 대행 업체가 알려지면서 이들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사를 통하면 미리 등록한 카드를 통해 월세가 정해진 날 자동결제된다. 반면 월세 결제 대행 업체들은 이미 연체된 월세도 뒤늦게 카드로 결제해준다. 업체에 따라 보증금이나 관리비까지 결제해주기도 한다.

월세 카드 납부 대행 업체 중 하나인 ‘자리페이’의 경우 매달 월세 결제액 규모가 20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단비페이’는 월세를 포함해 하루 1억여원을 이렇게 결제 대행한다고 한다. 이사 비용과 인테리어 비용까지 결제를 대행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때는 견적서나 계약서 같은 최소한의 증빙을 요구한다. 이러한 월세 카드 납부 대행 업체가 국내 10군데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고 9% 비싼 수수료 ‘주의’

월세 카드 납부 대행 업체는 절차가 편리하지만 수수료가 신용카드사의 최소 4배 수준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신용카드사를 통해 월세를 내면 수수료 1%를 부담하지만, 대행 업체를 통하면 4~9%를 내야 한다. 수수료가 5%인 경우 대행업체는 100만원을 임대인에게 송금해주는 대가로 임차인에게는 신용카드로 105만원을 결제하도록 요구한다.

‘카드깡’ 우려도 있다. 카드깡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을 받는 불법 할인 대출이다.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일부 업체의 경우 ‘24시간’ ‘10분 내 입금’ 같은 광고 문구를 내걸고 있다. 겉으로는 월세를 카드 결제 해준다고 하지만 증빙이 허술하고, 실제로는 월세 결제에 쓰이지 않고 현금 급전을 구하려는 사람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결제 대행 업체가 월세를 카드 납부하는 것 자체는 불법 소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카드 거래가 불법적인 현금 융통에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