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34)씨는 요즘 주식 거래 앱 열어보기가 겁난다. 국내 증시가 상승세인데 한씨가 1분기(1~3월) 사들인 주식들은 성적이 좋지 않아서다. 한씨는 “연초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로 게임, 엔터테인먼트, 관광주 등을 샀는데 수익률은 마이너스(-)”라며 “2차전지 종목들이 하루에 10%, 20%씩 훨훨 나는 걸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했다.

최근 증시에선 한씨처럼 ‘포모(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 증후군’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주식 종목 토론방에서는 “내 종목만 하락세인 것 같아 불안하다” “진입 시점을 보는 동안 주가가 다 올라서 우울하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포모 증후군’은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유동성 장세에서 주식, 가상화폐 등의 가격이 급등하자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증시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포모 증후군은 잠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8개월 만에 2500선을 넘어서는 등 국내 증시가 꿈틀대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장세가 반도체, 2차전지 등 특정 테마에만 집중된 것인 만큼 섣부른 ‘묻지 마 따라 하기’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금이라도 살까?” 심리

최근 증시 상승세에 개인 투자자들은 예금에서 돈을 빼서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1871조5370억원으로 전달보다 18조2675억원 줄었다. 반면 3월 하루 평균 증시 거래 대금은 2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1분기 평균 하루 거래 대금은 17조5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35% 늘었다.

증시에 들어오려고 대기하는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투자자 예탁금은 53조1578억원으로 지난 3일(53조505억원)에 이어 6거래일 만에 다시 5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월 2일(54조7126억원)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늘어나 신용거래 융자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11일 신용거래 융자 잔액는 19조4346억원으로 3개월 전(15조8102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었다.

◇투자자 소외감은 늘어나

그런데 최근 증시 상승세를 일부 테마주가 주도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도는 낮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7거래일 새 6.1% 올랐지만, 코스닥 전체 1633종목 중 694종목(42.5%)만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 내 지수별로 보면 이달 들어 전체 51개 지수 중 16개가 하락했다. 상승한 지수 중에도 16개는 상승률이 5% 미만에 그쳤다. 반면 2차전지 관련 주 등이 포함된 코스닥150소재 등의 지수는 30% 이상 급등했다.

특히 올 들어 4배 이상 오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일명 ‘에코프로 삼형제’가 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도 ‘착시’의 원인이다. 에코프로그룹 시가총액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한 달 사이 7.5%에서 11.7%로 늘었다. 이달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이 22조8938억원 느는 동안 에코프로그룹의 시가총액은 13조1995억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57.6%를 차지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산 종목들이 최근 성적을 내는 것도 개인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제외하고 개인들이 많이 산 종목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주식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주가 랠리(상승세)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하락했던 펄어비스(-2.92%), 위메이드(-2.22%), 카카오게임즈(-0.97%) 등이 대표적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일부 투자자가 느끼는 박탈감은 주요 기업들, 특히 대형주들의 실적이 부진한 결과로 판단된다”며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대형주들의 이익 전망이 개선될 것이고, 그러면 쏠림도 자연스레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