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오락·문화 물가 지수 가운데 해외 단체여행비가 13.3% 올라 작년 12월부터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 /연합뉴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직장인 홍모(30)씨는 지난달 말 일본으로 4박 5일 여행을 다녀오며 100만원 넘는 돈을 썼다. 평소 생활비로 한 달에 60만원 정도를 쓰는 홍씨 입장에서는 거의 두 달 치 생활비를 여행에 쏟아부은 것이다. 홍씨는 “평소에는 저렴한 분식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등 짠돌이 생활로 돈을 아꼈다”며 “해외여행은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다소 비싸더라도 고급 식당에 가고, 숙소도 도심 호텔로 잡았다”고 했다.

평소에는 자린고비처럼 돈을 아끼다가, 기회가 될 때 한꺼번에 쓰는 ‘보복 소비’가 개인들의 일상 소비 생활로 번지고 있다. 보복 소비는 원래 사회 전체 차원에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외식이나 여행 제한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거리 두기가 해제된 뒤 대폭 늘어나는 현상을 뜻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 차원에서도 절약할 곳과 쓸 곳을 명확히 구분하는 ‘선택과 집중형’ 보복 소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대한 아끼자’와 ‘전부 써버리자’는 양극단의 소비 행태가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개인 보복 소비가 일상화된 대표적인 분야는 해외여행이다. 올해 초 항공권 가격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20% 정도 올랐지만, 하나투어의 1분기 여행객은 25만8000여 명으로 작년 한 해 총 여행객(22만6000여 명)을 넘어섰다. 모두투어에서는 일반 패키지 상품에 비해 20% 비싼 대신 인원을 25명으로 제한하는 등 질을 높인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데, 코로나 이전 3%였던 판매 비율이 올 1분기에는 15%로 급증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모(28)씨는 “지난달 유럽으로 10박 11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1인당 15만원짜리 와이너리 투어를 예약하고 저녁도 미슐랭 선정 맛집을 찾아가는 등 평소 아꼈던 돈을 털었다”고 했다.

술자리나 식사 약속을 줄이는 대신, 한번 날을 잡아서 놀 때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이모(27)씨는 “주2회 술자리를 한 번으로 줄이는 대신, 5000~6000원짜리 소주보다 2만원 안팎 증류식 소주를 마신다”고 했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직장인 유모(29)씨는 “지난달에만 생활비를 40만원 가까이 절약해 고급 위스키를 구입했다”며 “소주와 맥주를 많이 먹기보다 향도 좋고 깔끔한 위스키를 사 먹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