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창정./뉴스1

국내 상장사 6개 종목이 명확한 배경 없이 무더기로 급락세를 보이는 현상이 이틀째 계속됐다. 금융당국은 해당 종목에 주가 조작 정황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가수 임창정도 이번 사태로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날렸다고 주장했다.

25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선광, 다우데이타 등 6개 종목의 주가는 이틀 연속으로 전 거래일 대비 가격 제한 폭(-30%)까지 떨어졌다. 다올투자증권과 하림지주도 각각 10%, 13% 하락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급락했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SG증권 창구를 통한 순매도 물량은 다올투자증권이 약 86만4000주, 하림지주가 99만3000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특정 사모펀드에 문제가 생겨 차액결제거래(CFD) 매물이 쏟아졌다는 추측과 주가 조작설 등이 제기됐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위험성이 크다. 주가가 급락했는데 증거금이 부족하면 증권사가 반대매매(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를 하고, 반대매매는 투자심리가 위축된 개인투자자들의 매매를 불러 다시 주가를 끌어내린다.

일각에서는 주가 조작설도 제기됐다. 주가를 조작한 일당들이 투자자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서 투자자 명의로 3년에 걸쳐 하루에 1%씩 주가를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천리의 최근 3년 시세를 보면 최저가 6만4000원에서 매일 조금씩 올라 최고 52만4000원을 찍었다. 주가조작 대상이 된 회사들은 유통 물량이 적어 일당들이 사전 가격 모의를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쉬운 회사들이었다.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집중되며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의 신용잔고율이 평균보다 높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신용잔고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는 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종목과 관련해 이번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작전세력이 개입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도 작전세력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JTBC는 주가조작 세력과 일부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의 조사를 사전에 눈치채고 일제히 돈을 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는 수백명이 넘는데, 이들 중에는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뿐 아니라 연예인들도 있었다. 가수 임창정은 30억원을 투자하며 주가 조작 세력에게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작전 세력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했고,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도 투자했으나 자신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임창정은 JTBC에 “저는 30억원어치를 샀는데 (일당이 신용매수를 해) 84억원어치 주식을 산지는 몰랐다”며 “어제 보니 반토막이 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틀 전에 20억원이 찍혀있던 계좌에 지금 1억8900만원만 남아있다. 내일은 마이너스 5억이 찍힐 것”이라며 수사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