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을 통해 대량 ‘팔자’ 주문이 쏟아지며 8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한 이른바 ‘SG발 폭락 사태’가 사흘째 이어졌다. 2015년 6월 하루 가격 제한 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가 조작 여부 조사에 나섰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등 3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선 선광이 3일 연속 하한가(30% 하락)를 기록했다. 또 최근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다우데이타와 세방도 각각 19.3%, 25.7% 내려 하락세가 계속됐다. 24일 하한가였던 다올투자증권과 하림지주는 저가 매수세가 들며 각각 4.89%, 5.04% 떨어진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종목들은 업종이 모두 다르지만 지난 24일 별다른 하락 요인 없이 일제히 하한가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도 창구 상위엔 3일 연속 SG증권이 올랐다. 시장에선 SG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반대매매(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 매물이 몰리며 주가가 급락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CFD는 개인이 직접 주식을 사지 않고 매매 차익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인데, 실제 매매는 SG증권 같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해 작전 세력의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조작 제보가 있다”며 “최근 검찰이 관련자를 출국 금지 조치 하는 등 조사에 진전이 있다”고 했다.

이번에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종목 중 대부분은 신용융자(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 비율이 시장 평균보다 높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수록 반대매매(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가 발생해 시장에서 이를 소화할 때까지 하한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하한가에서 매수해 반등을 노리는 일명 ‘하따(하한가 따라잡기)’ 투자까지 나오면서 주가가 더 떨어지면 피해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사흘 만에 주가 65% 폭락

주초 이후 하락세로 26일 이들 8종목의 시가총액은 21일 종가 대비 7조3000억여 원 줄었다. 사흘 연속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은 주가가 65% 이상 빠졌다. 21일 종가 대비 주가가 선광은 16만7700원에서 5만7600원으로, 삼천리는 49만7500원에서 17만1000원으로, 대성홀딩스는 13만100원에서 4만4700원으로, 서울가스는 46만7500원에서 16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이 종목들은 빚투(빚내서 투자) 비율도 높았다. 8종목의 지난 21일 평균 신용잔고율은 10.29%로 유가증권시장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0.98%)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부 투자자가 하한가에서 매수에 나서며 오히려 빚을 내서 더 투자하는 경우도 나온다. 이들 종목의 신용잔고율은 24일 10.37%, 25일 10.42%로 상승했다.

◇시세조종 세력 개입 추정

이번 사태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는 CFD 거래는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최소 40%의 증거금만 있으면 2.5배까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예컨대 4만원을 갖고 10만원어치 주식을 사는 셈이다. 만약 주가가 30% 오르면 실제 수익률은 75%(투자금 4만원 대비 투자 수익 3만원)까지 치솟는다.

대신 위험성은 크다. 주가가 급락했는데 증거금이 부족하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하고, 이는 주가를 다시 끌어내린다. 이번 같은 폭락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이번엔 특히 일부 세력이 CFD 계좌를 이용해 주가를 띄웠다가 금융 당국 조사가 시작되자 샀던 주식을 대거 팔았고, 이 과정에서 반대매매까지 일어나 주가가 급전직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CFD 계좌 잔액은 2019년 말 1조2000억원에서 2021년 말 5조4000억원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CFD 계좌는 적은 자금으로 높은 시세 조종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불공정거래 수법으로 자주 이용된다”고 말했다.

◇당국 늑장 대응 비판 나와

금융 당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번 달 들어서야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늦장 대응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8종목 중 최소 4개 이상이 특별한 상승 요인 없이 계속 오르자 증권가에선 지난해부터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말이 나왔었다는 것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 제보로 이달 들어 당국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전에 대응했다면 ‘끝물’에 들어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속 하한가를 친 종목의 일부 대주주가 폭락 전 지분을 처분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예컨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