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교수. /토론토대

인공지능(AI) 학습의 근간인 딥러닝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한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가 AI의 위험성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기 위해 지난달 구글에 사표를 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프리 힌튼은 앤드류 응, 요수아 벤지오, 얀 르쿤 등과 함께 ‘AI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인물로 그 중 가장 대부격이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로 일하며 AI 업체 DNN리서치를 창업했고, 2013년 구글에 인수되며 구글 부사장 겸 엔지니어링 펠로우로 연구 활동을 지속했다. 그는 구글과의 결별 이유로 AI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구글을 떠나 AI의 위험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힌튼 교수는 “당초 AI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는 시점이 멀었다고 생각했다. 30~50년 또는 그보다 더 멀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 분명히, 나는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며 인간을 위협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AI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 사람 뇌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나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AI 개발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힌튼 교수는 “테크 기업들이 AI 시스템을 발전시키면서 위험성은 증가하고 있다”며 “5년 전 AI와 지금 AI의 차이를 봐라. 무섭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이 (AI가 생성한) 가짜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더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라며 “AI는 고된 작업과 직업을 제거한다.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힌튼 교수는 AI 기술이 적용된 ‘킬러 로봇’이 현실이 되는 날이 두렵다고도 했다. 그는 “나쁜 행위자들이 AI를 악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4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학회에서 'AI 4대 천왕'이 찍은 사진. 왼쪽부터 얀 르쿤, 제프리 힌튼, 요수아 벤지오, 앤드루 응.

힌튼 교수는 AI 연구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무기와 달리 기업이나 국가가 비밀리에 AI 기술을 연구하는 지 알 방법이 없다”며 “최선의 희망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기술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나는 AI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질 때까지 AI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규제 도입에 앞서 AI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태생인 힌튼 교수는 에든버러대 박사 과정이던 1972년부터 AI를 연구했다. 인간이 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가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딥러닝 ‘인공 신경망’ 개념을 고안했다. 그가 제자 2명과 창업한 DNN리서치는 컴퓨터가 수천장의 사진을 분석해 꽃이나 개, 자동차 같은 사물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DNN리서치는 2013년 구글에 4400만달러(DNN리서치를 4400만달러(590억원)에 인수됐다. 그의 제자 중 1명은 일리야 수츠케버로 오픈AI 공동설립자 중 한명이다. 수츠케버는 테슬라를 거쳐 현재 오픈AI 수석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힌튼 교수는 일생의 업적인 AI 개발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AI를 연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연구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며 평생 이룬 성과가 후회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