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대손충당금(대출을 떼일 것에 대비한 돈) 확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1분기(1~3월)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은행주 주가는 정체돼 있다. 연초 외국인 매수세로 급등했던 은행주들은 2~3월 금융 당국의 ‘이자 장사’ 비판에서 비롯된 관치 논란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투자 심리 약화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분기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분기배당 정례화,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보험주 급등하는데 금융주는 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4조899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8%쯤 늘었다. KB금융지주 1조4976억원, 신한금융 1조3880억원, 하나금융 1조1022억원, 우리금융 9113억원 등으로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만 두고 보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대출 금리 인하 압박과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이자 이익 증가세는 주춤했지만 비이자이익이 올랐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 평가 이익이 늘고, 채권·외환 트레이딩 수익 등 수수료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비이자이익 증가율은 KB금융 77.7%, 신한금융 17.0%, 하나금융 52.9% 등이다. 우리금융은 13.4% 줄었다.

하지만 이같이 좋은 실적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3일 종가 기준 최근 한 달간 신한금융 주가는 0.08% 오르는데 그쳤고 KB 금융 2.1%, 하나금융 2.3%, 우리금융 2.5% 올랐다. 4대 금융지주와 지방은행주를 포함하고 있는 KRX 은행 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0.32% 올라 거래소가 업종 등으로 집계하는 28대 KRX 지수 중 상승률이 18위였다.

은행주의 정체는 보험주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KRX 보험 지수는 7.95% 올라 전체 지수 중 상승률 2위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최근 한 달 사이 DB손해보험 주가는 13.7%, 현대해상 주가는 12.1% 올랐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보험회계 국제기준(IFRS17)에 따라 1분기 실적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 주가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 지방 금융지주는 더 힘들어

KRX 은행 지수가 주춤한 데에는 지방 금융지주의 불안한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 BNK, DGB, JB금융 등 3대 지방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8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들었다. 지방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수익 감소, 이자 수익 감소 등으로 실적이 나빠졌다.

지방 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BNK, DGB 등은 조달 비용 상승과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 수요 부진으로 이자이익의 둔화 흐름이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PF 수익 역시 위축 국면이 이어져 비이자 부문 역시 추가적인 큰 폭의 개선은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주주 달래기 나선 금융지주

주가가 실적을 따라오지 못하자 금융지주들은 잇따라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섰다. 다만 연체율이 늘어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분기배당 도입,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27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주당 600원의 분기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를 설립한 2005년 이후 첫 분기 배당이다. 우리금융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기 배당을 도입한 신한은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에 따른 유통 주식 수 증가에 대응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KB금융도 지난해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지난 2월 약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했다. JB금융지주도 분기 배당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