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금리가 급등하는데도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로 묶이는 바람에 지난해 최대 7만1000명의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신용평가사 자료를 바탕으로 저신용자 5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신용등급 6~10등급)가 최소 3만9000명, 최대 7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6800억~1조23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에 비해 불법 사금융으로 옮겨간 인원(최대 5만6000명)과 조달 금액(최대 9700억원) 모두 크게 늘었다.

설문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다 불법 사금융업자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4.1%에서 4.9%로 늘었고,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68%나 됐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의 40%는 연 100% 이상의 이자를 부담한다고 답했고, 연 240% 이상의 이자를 낸다는 사람도 33%에 달했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평균 2.4명의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있으며, 6명 이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10.2%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2021년 7월 법정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된 데다 시중 금리가 급등하자 저신용자가 합법적인 대부업체에서 돈 빌리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설문조사에서 대부업체들은 기존 대출을 제외하고는 신규 신용대출 승인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으며, 기존 고객의 대출 갱신율도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법정 최고 금리 인하로 경감되는 이자 부담보다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대부 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 등을 통해 서민 대출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 금리를 탄력적으로 정하는 제도로, 금융 당국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으나 국회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