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

현직에 남은 마지막 빅테크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벼랑 끝에 몰렸다. 독단적인 경영 스타일에 작년 말부터 진행된 대규모 정리해고가 겹치며 직원들이 저커버그를 더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현지 시각) 메타가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6%만이 회사 경영진의 리더십을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4명 중 1명만 저커버그를 믿는다는 뜻이다. 1년 전(42%)과 비교하면 무려 16%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불리는 미 빅테크 창업자 가운데 아직 현직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저커버그가 유일하다. 독단적인 리더십으로 유명한 저커버그는 2021년 내부 문건이 유출되며 페이스북의 비윤리적 경영 관행이 폭로됐을 때도 사임하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현재 직원들의 신뢰도가 빠르게 추락하는 상황에서 저커버그가 예전처럼 회사를 경영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테크 업계는 보고 있다.

◇메타버스 헛발질에 115조 잃어

저커버그에 대한 신뢰가 급락한 배경엔 ‘메타버스 헛발질’이 있다.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 사업을 강하게 추진했다. 연간 100억달러(약 12조9000억원)를 쏟아부어 가상현실(VR)을 구축하고 관련 기기 개발에 나섰다. 새로운 인력도 대거 충원했다. 2020년 5만8000여 명 수준이던 메타 직원 수는 2022년 9월 8만7000여 명까지 늘었다.

메타버스 사업은 저커버그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메타가 내놓은 VR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는 목표 사용자(50만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수조원의 연간 적자가 발생했다. 작년 10월엔 브래드 거스트너 올티미터캐피털 CEO가 공개서한을 보내 “메타버스 투자를 연 50억달러 이하로 줄이고, 인력의 20%를 해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메타 내부에서도 저커버그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졌다. 뉴욕타임스는 “메타 내에서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MMH(Make Mark Happy·저커버그를 행복하게 만들자)’로 불렀다”며 “전체 직원의 절반만이 회사의 메타버스 전략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 2인자’로 저커버그를 보위했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작년 가을 퇴사하며 저커버그의 독단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 2022년 1월 초 330달러 수준이던 메타 주가는 11월 3일 88.91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이후 최저치였다. 저커버그도 작년 한 해 주가 하락으로 자산 115조원을 잃었다.

◇대량 해고에 조직 사기 꺾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사업 중단 대신 대량 해고 카드를 꺼냈다. 작년 11월 전체의 13%인 1만1000명을 해고했고, 올 3월에 추가로 1만명을 감원했다. 저커버그는 “슬픈 순간이지만 대규모 정리해고를 피할 방법이 없다”며 “내가 잘못했고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꺾였다. 올 5월 메타 조사에서 ‘(조직 내)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1년 전보다 15%포인트 낮은 43%에 불과했다. 한 직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왜 우리가 메타에 남아 있어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저커버그는 올 초부터 메타버스 대신 인공지능(AI)으로 슬그머니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메타는 지난 2월 생성 AI를 위한 조직을 설립했고, 대규모 AI 언어 모델 ‘LLaMA’를 공개했다. 현재 저커버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AI 연구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또 지난 8일 AI 챗봇인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적용하는 생성 AI 기능도 소개했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대신 AI에 집중하면서 메타 주가는 올 들어 2배가 됐다. 저커버그는 최근 직원 전체 회의에서 “우리는 생성형 AI에서 정말 놀라운 발전을 봤다”며 “이제 그 기술을 우리의 모든 제품에 구축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메타가 메타버스를 추진하며 사명을 바꾼 것을 언급하며, “메타가 회사 이름을 다시 메타이(METAI·메타와 AI의 합성어)로 바꾸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