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지난해 말부터 수익 개선을 위해 새로 도입한 ‘광고형 요금제’의 전 세계 사용자 수가 지난달 기준 500만명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지난달부터 또 다른 수익 개선 방안으로 시행한 ‘계정 공유 금지’ 조치 이후 넷플릭스의 하루 신규 가입자 수는 2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동안은 같이 사는 가족 외에 타인과도 계정을 함께 쓸 수 있었는데, 이를 막고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새 계정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창사 후 처음으로 스포츠 생방송 중계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내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별다른 수익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에 회사 매각을 돌파구로 찾고 있던 토종 OTT ‘왓챠’는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던 LG유플러스가 최근 인수 검토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난항에 빠졌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이 가입자 증가세 둔화 등 정체기에 빠지면서 글로벌 강자인 넷플릭스로 모든 것이 집중되고 있다”며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운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 국내 토종 OTT들은 맥을 못 추는 모양새”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넷플릭스, 수익 개선에 스포츠 중계도

넷플릭스에 따르면,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국에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는 출시 6개월 만에 전 세계 월 사용자가 5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앞서 출시 당시만 해도 “이용자들이 광고 때문에 불편해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자리를 잡은 셈이다. 15~30초가량 광고를 봐야 하는 대신 기존에 가장 저렴했던 요금제(월 9500원)보다도 부담액을 40% 정도 낮췄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어 지난달부터 미국·영국 등 100여 국에서 시작한 계정 공유 금지도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금지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미국에서 일일 평균 7만3000명이 새롭게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이는 이전 60일 평균 대비 약 102% 증가한 수치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를 하는 1억명가량의 ‘무임승차자’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반발을 우려해 조치를 미뤄왔다. 그러나 정작 계정 공유를 차단하자 무료로 이용해온 이들도 돈을 내고라도 이용하겠다며 유료 회원으로 편입된 것이다. 계정 공유 금지 조치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최근엔 생방송 스포츠 중계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자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프로 골퍼 등 유명 인사들이 참가하는 골프 토너먼트 생방송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성도가 높은 스포츠 고객들을 신규 가입자로 모집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적자 벗어나지 못하는 토종 OTT

이와 달리 토종 OTT 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티빙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92억원으로 전년(762억원) 대비 56.3% 급증했다. 더군다나 최근 업계에선 티빙의 누적된 적자로 인한 대표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조직 쇄신론마저 떠돌고 있다. 당초 국내 2위였던 웨이브는 올 들어 월 사용자 수가 300만명대로 떨어져 4위까지 밀려났다. 웨이브는 지난해 1214억원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전년(558억원)의 2배가 넘는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왓챠는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왓챠의 영업손실은 2020년 155억원에서 지난해 555억원까지 불어난 상태인데, 그나마 LG유플러스가 인수 의지를 보여 희망을 걸어왔다. 하지만 최근 LG유플러스마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인수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 이후 2021년까지 누적 투자액이 약 1조원에 달할 뿐 아니라, 앞으로 4년간 한국에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며 “쩐의 전쟁을 벌이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토종 OTT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