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던 항공주가 이달 들어 급등하고 있다. 항공주는 보통 여름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7월쯤부터 탄력을 받는데, 올해는 유가가 하락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6월부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달 2만2000원대를 오가다가 이달 들어 약 10%가 올라 2만4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4~5월에 하락세에서 이달 들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약 7%가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약 2% 오른 것보다도 높은 상승률이다. 티웨이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이달 일제히 반등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지난 1일 2935원에 마감했는데 최근엔 약 20% 오른 35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항공주가 국제 원유 시장 불안,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이겨내고 계속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이지원

◇비용은 줄고 여행객은 늘어

항공주의 최근 주가 상승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여름휴가철 등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인천공항 통계에 따르면, 5월 총 항공기 운항 횟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7.9% 증가한 2만7860회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직전인 2020년 1월 이후 최대치다. 또 최근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8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엔화 값이 저렴할 때 일본 여행을 가자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며(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 항공사들의 환차익이 증가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항공사는 항공기 구입, 대여 비용이나 유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데,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따져서 이익을 보게 된다. 지난해 1400원대까지 올랐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최근 127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부담이 감소한 것도 항공사들의 수익에 긍정적인 신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분기 제트유(항공유) 가격은 기존 예상치인 배럴당 105달러보다 약 10%(12달러) 낮은 93달러 수준이다.

◇항공주, 불안 속 고공 행진할까

일각에선 항공주가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통화정책과 국제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다시 ‘고유가·강달러’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단체 여행객 규제나 경기 둔화로 급감한 화물 수요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최근 항공주 목표 주가를 속속 올려 잡고 있다. 대신증권은 대한항공 목표가를 기존 3만원에서 10%(3000원) 올린 3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흥국증권은 진에어에 대해 기존 1만5500원에서 23%(3500원) 올린 1만9000원을 제시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은 예상을 상회하는 수요, 예상을 하회하는 비용 부담으로 모든 면에서 생각보다 좋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