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15년 차,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중국인 김모(여·63)씨는 고향의 형제들이 “이제 그만 좀 돌아오라”고 틈 날 때마다 연락하지만, 돌아갈 생각이 없다. 김씨는 “한국 건강보험은 보험료가 싸고 병원 진료 수준도 높아서 나이 들수록 더더욱 한국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2021년 기준 66만3274명에 달하는 가운데, 최근 ‘한국 보험 본전 뽑는 법’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보험 업계가 골치를 앓고 있다. ‘양털 뽑기’라는 의미의 ‘하오양마오(薅羊毛)’로 불리는 이 온라인 콘텐츠들은 판촉 행사나 쿠폰 등 혜택을 십분 활용해 보험료를 아끼고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요령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가입자들의 보험금 수령이 늘면서 민간 보험사들의 대표 상품인 실손보험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강보험이 외국인 가입자 상위 20국 가운데 중국인 대상으로만 유일하게 적자를 보고 있는데, 민간 실손보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보험사 A사가 작년 말 기준 가입자 국적별 실손보험 손해율(가입자가 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집계해보니, 전체 손해율은 117.4%인 데 비해 중국인 계약 손해율은 124.1%였다. 전체 실손 계약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0.015%로 많지는 않지만, 손해율이 상당한 격차(6.7%포인트)를 보이는 것이다. 다른 대형 B사와 C사도 중국인 손해율이 전체 대비 4~5%포인트 높았다.

여당을 중심으로 중국인 건보 혜택 축소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보험사들도 중국인 대상 언더라이팅(인수 심사)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체류 기간이 90일 이상인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내국인과 차별 없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손해율이 뚜렷이 높은 만큼 조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중국인만 차별한다’는 낙인이 찍힐까봐 드러내 놓고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A사 관계자는 “과거 한국 체류 기간 등을 통해 ‘보험 쇼핑’ 목적으로 온 사람인지를 건별로 꼼꼼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