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의 여파로 가계 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취약 차주의 빚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차주는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이용 중이면서 소득 하위 30%이거나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저소득, 저신용자를 가리킨다. 업계에선 이들이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새로 빚을 내 이자를 갚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3일 한국은행이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취약 차주의 빚이 1년 새 1조2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말 취약 차주 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1년 전(93조6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늘었다. 취약 차주 1인당 대출 잔액도 7495만원에서 7582만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전체 잔액은 줄었다.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1845조3000억원으로 1년 전(1869조7000억원)보다 24조4000억원 줄었다. 1인당 가계 대출 잔액도 9376만원에서 9334만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가계 대출은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세 등으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취약 차주의 가계 대출 증가로 인해 금융회사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각각 0.30%, 1.71%였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1월(0.3%) 이후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11월(1.7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신규 연체 잔액의 62.8%가 취약 차주에서 발생했다”며 “금융회사들의 자본 확충과 신규 연체 채권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