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인 6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구하기 위해 주택의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대폭 내려갔기 때문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면 세 부담을 더는 효과가 생긴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95%까지 올라 ‘세금 폭탄’의 원인이 됐다. 그러다 지난해 ‘부동산세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60%로 대폭 인하됐다. 올해는 세수 부족 우려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잠실 주공5단지, 작년보다 종부세 387만원 줄어

주택 보유자는 올해 세금 걱정을 크게 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시세 23억원 상당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전용면적 82.61m²)를 가진 1주택자는 작년보다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를 387만원(87%) 덜 낸다. 종부세 부담은 2021년 467만원에서 작년 446만원으로 줄었고, 올해 59만원으로 급감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5억1700만원으로 작년(22억6600만원)보다 33% 폭락한 데다 세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세 13억원인 서울 강동구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아파트(전용면적 84.74m²)를 가진 1주택자는 작년 30만원가량 냈던 종부세를 올해는 아예 안 낸다. 공시가격이 떨어지면서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12월 개정된 법에 따라 종부세율이 0.6~3%에서 0.5~2.7%로 내려간 영향도 있지만, 공시가격이 줄어든 것이 세 부담을 크게 줄였다”고 했다.

※ 5년 미만 보유한 1주택자를 가정,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 적용, 농어촌특별세는 종부세 납부세액의 20%. 공정시장가액비율: 보유세(종부세+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는 올해 공시가격이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12억원) 밑으로 떨어져 종부세를 내지 않음/ 그래픽=양인성
정부가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와 같은 60%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책 발표 전에는 이 비율을 80%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만약 이 비율을 80%로 올렸으면 35억원짜리 반포자이 아파트(84m²·사진) 집주인은 종부세를 190만원가량 더 낼 뻔했다.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올랐다면 고가 주택 소유자는 올해 수백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6억원짜리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112.96m²)를 보유한 1주택자가 더 내야 할 종부세는 556만원이었다. 35억원짜리 반포자이 아파트(84m²) 종부세는 190만원가량 더 늘어날 뻔했다.

◇역전세 대책, DSR 대신 DTI로 대출 한도 늘린다

역전세 관련 대책도 담겼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7월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보증금 반환 기일이 다가왔고, 역전세 상황에 처한 집주인에게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DSR과 DTI는 모두 대출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DSR이 DTI보다 훨씬 강한 규제다. DSR은 연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원금+이자)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반면 DTI는 연소득에서 주담대 원리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만 따진다. 주담대를 제외한 다른 대출의 원금 상환은 DTI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대출금리 4%·만기30년·연소득 5000만원 차주의 경우, DSR 대신 DTI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1억7500만원 더 늘어난다고 금융위원회는 밝혔다. 개인 임대사업자의 경우 주택 5채·전세금 5억원·대출금리 4%·예금금리 3%를 가정하면, 대출 한도가 3억7500만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한국은행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전세로 집주인이 추가로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평균 7000만원 선”이라며 “대출 한도가 늘면 역전세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전세금 반환 의무 보증 가입 요건을 개선하고, 기존 등록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의무 보증 가입을 위한 충분한 유예 기간을 주기로 했다.

한편 가계 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할 때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HUG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을 80%에서 90% 상향해 부동산PF 관련 대출 미회수 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