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걷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세금을 더 걷기보다 감세정책을 유지해 민간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또 역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1년 한시적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받을 경우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올해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처럼 최저 수준인 60%로 유지하는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올해 하반기는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 변곡점”이라며 하반기 정책의 초점을 수출 확대와 경제 활성화에 두겠다고 밝혔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구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은 지방세법과 종부세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어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고칠 수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전국적으로 18.6% 하락(서울은 17.3%)한 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작년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올해 정부의 종부세 세입은 급감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가 1조5000억원가량으로 작년(3조3000억원)보다 1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정부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올해 20조~30조원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세수 펑크를 만회하기 위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상적으로 강화했던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는 또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집주인이 대출받을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보다 규제가 약한 ‘DTI(총부채상환비율) 60%’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난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1.6%)보다 0.2%포인트 낮춘 1.4%로 내렸다. 기재부는 다만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