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쓰촨성 청두 국제공항에서 한 여행객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로이터

당초 국내 관광 업계는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규제를 오는 추석 즈음 풀 것으로 기대했었다. 예상보다 한 달 이상 앞선 시점에 전격 규제 해제를 발표한 속내가 뭘까.

일단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당장 다음 달(23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흥행을 위해선 주변 주요국과의 관계 개선이 다급한 상황이다. 올 1분기 중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30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370만명) 대비 1.4%에 그쳤다. 중국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중국에서 나가는 사람을 3년여간 통제하다 보니, 올 초부터 단계적으로 관광 규제를 풀어도 예전 같은 인적 교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인적 교류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비자 신청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도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근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디플레이션 초입에 바짝 다가선 중국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에 진입했고, 수출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14.5%)를 보이는 등 내수와 수출 두 경제 엔진이 동시에 꺼지는 상황이다. 세계는 아직도 물가 상승을 걱정하고 있는데 중국만 혼자 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의 당국자들은 고립이 세계 나머지 국가들과의 관계 및 중국의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얼마나 해로운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재정 투입 부담이 작은 각종 규제 완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자동차·가전·가구 등 내구재 소비 촉진 방안과 민간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놨고, 이번 관광 규제 완화도 맥을 같이한다. 전종규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중국이 부동산과 민간기업 규제 완화에 이어서 소비를 살릴 수 있는 인적 교류 활성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관광 규제 해제가 중국 의도대로 내수를 살리는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경기 침체로 중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예전만 못한 데다,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등 미·중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