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한국과 미국 등 비우호적인 국가들과 체결한 조세 조약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나서자, 한국 정부가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러시아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의 세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8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일본·유럽연합(EU) 회원국 등 38개 비우호국과 체결한 조세 조약에서 특정 조항의 효력을 중단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주식 배당금·이자소득·서비스 및 저작권료·근로소득·자본과세 등에 대해 비우호국과 체결한 조세 조약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

조세 조약은 국제적 이중 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체결하는 양자 간 조약이다. 한국은 1992년 11월 러시아와 조세 조약을 체결, 1995년 8월부터 발효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이자소득에는 0%, 사용료소득에 대해서는 5%의 특혜세율이 적용돼왔다. 예컨대 한국의 한 은행이 러시아 기업에 돈을 빌려준 경우, 지금까지는 조세 조약에 따라 국내 은행이 얻는 이자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았다. 또 러시아 기업이 한국 기업에 특허 사용료를 낼 때 특혜세율로 5%의 세금만 물리도록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번 조치로 조세 조약의 효력이 일시 중단되면 이자소득과 사용료소득에 20%의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조세 조약의 효력이 멈추면 이중 과세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이중 과세를 막기 위해 기업이 외국에 낸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조세 조약에 따라 러시아에 5%의 세금을 냈다면, 5%만큼을 공제받는 구조다. 그런데 조세 조약의 효력이 멈추면 국내 기업은 러시아에 20%의 세금을 내게 된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20%를 그대로 공제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조세 조약을 위반한 것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국세청·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헬프 데스크’를 꾸려 기업 애로 사항을 적극 청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G7 국가도 비우호국에 포함되는 만큼 주요 국가의 국제 공조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