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146엔대로 올라서며 작년 11월 이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자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연합

중국의 부동산발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의 고(高)금리 지속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통화가치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장중 1달러당 7.32원까지 올라섰다. 2007년 말 이후 16년여 만에 위안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국유은행 해외 지점들이 런던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며 위안화 방어에 나섰지만 위안화 약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날 서울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가치 하락) 1342원에 마감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화 가치도 하락해 1달러당 146.3엔을 돌파했다.

한·중·일 3국은 올해 주요 15국(러시아 제외) 중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 하락 폭이 가장 큰 1~3위로 꼽힌다. 엔화 가치 절하폭이 11.9%로 가장 크고 그다음이 중국(6.0%), 한국(5.4%) 순이다.

원화와 위안화, 엔화의 동반 약세는 미국이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고용과 물가 과열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한·중·일 3국은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미국처럼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라는 ‘쌍절벽’ 디플레이션 우려에 부동산발 위기까지 겹친 중국은 금리를 낮춰서라도 경기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막 물가가 목표치보다 높아져 경제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일본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당분간 더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금리를 더 높였다간 GDP(국내총생산)보다 커진 2000조원 규모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터질까 봐 전전긍긍이다.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착륙을 겨우 피했는데,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중·일 3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국보다 0.3~3.6%포인트나 낮게 형성돼있다.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