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연합뉴스

정부가 그간 예상보다 많은 세금이 걷히면 이듬해 지출을 늘리고, 세금이 덜 걷히는 경우에는 지출을 대폭으로 줄이면서 경기에 대한 대응력이 낮아지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예상치 못한 세수 오차로 인해, 정부의 재정 정책이 경기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보단 그 흐름에 오히려 올라타는 식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세수 결손이 39조7000억원에 달하는 등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세수 오차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당해연도 초과세입이 1%포인트 늘어나면 이듬해 추경예산이 0.7%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 전망한 세수보다 더 많은 돈이 걷히면, 다음해 지출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예상치 못한 재원이 발생하면 사용하려고 하는 재정의 팽창적 성격을 나타내는 증거”라며 “재정지출이 증가하면서 재정적자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대의 경우인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모자란 돈만큼 지출을 줄이거나 추경을 편성해 대응해왔다. 대규모 세출감액을 하게 되면 재정수지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오히려 저성장 흐름을 고착화할 우려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상반기에 관리재정수지가 46조2000억원 적자를 보이자, 정부는 대규모 세출감액을 단행했다. 그 결과 하반기 관리재정수지가 25조원 흑자로 전환했으나, 이듬해인 2014년까지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는 데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를 종합하면 세수오차에 따른 재정 지출 변화는 ‘경기동행적’인 성격을 띄게 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나랏돈을 풀고, 경제가 지나치게 뜨거우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정부 재정은 ‘경기역행적’으로 움직이면서 경기 흐름을 완만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세수오차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세금이 많이 걷히는 호황기에 오히려 돈을 더 쓰고, 불황기에 돈을 잠그면서 재정의 경기 대응력은 약해지게 된다.

연구진 내놓은 세수오차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당해연도에 세수오차가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다보니, 이듬해 세입을 전망할 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당해연도 7~8월에 다음해 세입전망을 실시하는데, 이 시기에는 당해연도의 세수오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오차가 발생한 당해년도의 기준 그대로 다음해 세입전망을 실시하며 같은 오류가 나타나게 된다.

다음으로, 세수오차가 크게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동일한 추계방식과 관행으로 세입예산을 편성하면서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수오차가 일시적인 원인인지 구조적인 변화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전망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재정정책의 경기역행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수오차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미국 주정부들이 도입한 ‘불황대비기금’이 대표적이다. 초과세수일 때 여유재원을 적립하고, 경기침체기에 이를 이용하여 재정손실을 상쇄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세입예산을 편성한 이후라도 경기나 세수흐름의 이상징후를 관측했을 때 이를 반영해 세입예산을 수정하는 절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